한화가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에 이어 호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조선·방위산업체 오스탈 지분을 인수하며 글로벌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화가 조선·방산 부문 입지 강화 목표를 밝힌 가운데 시장에선 국외 발주 선박의 수주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는 전날 호주증권거래소 장외거래로 오스탈의 지분 9.9%를 직접 매수했다고 18일 밝혔다. 해당 지분 외에도 호주 현지 증권사를 통해 추가로 9.9% 지분에 대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에 오스탈에 대한 19.9% 지분 투자 관련 승인도 동시에 신청했다. 이번 투자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60%와 40%의 지분을 보유한 호주 현지법인을 통해 진행했다.
오스탈은 미 해군의 4대 핵심 공급업체 중 하나로 142억 호주달러(약 13조1290억원)에 달하는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내 소형 수상함, 군수지원함 시장점유율 40~6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존 알루미늄 중심 수주에서 최근 강철선 건조 체제로의 전환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오스탈은 서호주 헨더슨과 미국 앨러바마주 모빌,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필리핀, 베트남 등에 조선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는 글로벌 상선과 함정 분야에서의 건조능력과 미 국방부, 해군과의 단단한 네트워크에 오스탈의 시너지가 더해져 향후 수주 확대를 기대했다.
마이클 쿨터(Michael Coulter)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사업 총괄 담당 사장은 "한화는 오스탈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방위 및 조선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전략적 투자자로서 오스탈의 성장과 혁신을 지원하며, 호주 현지 방위산업 및 해군 조선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미국을 위한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Ensuring Naval Readiness Act)이 발의되는 등 한국을 포함한 동맹과의 조선 산업 기반 확대 정책이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이번 오스탈 지분 인수는 한화가 미국발 특수선 사업으로의 적극적인 의지를 표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유상증자로 한화그룹은 오스탈을 통해 미국에 투자하게 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국 조선업을 재건하고 자체적으로 상선 및 함정 생산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며 "한화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단순히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대규모의 투자를 병행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외 발주 선박의 수주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 오스탈 조선소의 향후 확장 가능성을 높일 전망"이라며 "당장 그룹의 연결실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으나 미국 함정 사업에 진심임을 충분히 보여주는 좋은 투자"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화는 지난해 12월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고 나섰다.양호연기자 hy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