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R&D 임직원의 연구 성과에 대한 다각도의 추가 보상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연구원들이 목표 지향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보상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며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는 것에 더해 목표에 따른 파격적 보상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존 '시간외 수당'와 더해 별도의 성과보상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보상 체계 개편에 착수한 것은 기술인재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공급하지 못하면서, 실적 부진을 겪었다. 반면 경쟁사 SK하이닉스는 같은 시기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에 올라타 역대 최대 영업이익(23조원)을 기록했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임원들에게 "사즉생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임원들에게 보내는 영상을 통해 이 같은 메시지를 냈다.
다만 삼성전자가 준비 중인 보상 체계 개편은 '반도체 연구개발 직종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전제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선 연봉 1억3000만원 이상의 반도체 고소득 연구원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가 논의되고 있는데, 여야 합의 문제로 입법은 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난 12일 반도체 업종에 한해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해 반도체업계 숨통은 다소 틔였지만, 삼성은 여전히 주 52시간제 예외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특별연장근로와 주 52시간 예외는 다른 성격의 제도"라며 "단순히 연구원의 노동시간을 늘리기 위해 이처럼 요청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 52시간제 예외 허용은 임직원들이 목표 지향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며 "고소득 연구원들에게 법적 최고한도에 따른 시간외 수당을 기본적으로 보상하고, 성과 달성에 대한 파격 보상을 추가로 하는 형태의 보상체계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학계에서도 연구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주 52시간제 예외 허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주 52시간제 예외 허용은) 반도체 연구원들의 총 노동시간을 늘리자는 게 아니라 더 집중해서 연구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자는 이야기인데, 다소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었다"며 "연구원은 목표 지향적으로 일하고, 기업은 성과에 대해 철저히 보상해 연구원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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