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연금개혁·추경·상속세 등 그간 여야간 합의가 어려운 난제로 여겨져왔던 각종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민생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결과로 풀이되지만, 실제 결과물을 도출할지는 미지수다.
여야는 최근 긴 협상 끝에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각각 13%, 43%로 상향하는 내용의 모수 개혁에는 겨우 합의점을 찾았다. 하지만 모수 개혁 이후 구조개혁을 논의하기로 한 국회 연금개혁 특위 구성에서 '합의처리' 문구를 두고는 여전히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여당은 특위 구성안에 해당 문구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특위 구성을 여야 동수로 한데다 위원장까지 여당이 가져가는만큼 해당 문구를 넣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18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원내대표 회동을 진행한 자리에서도 연금개혁이 의제로 나왔지만 기존 입장만 반복됐다.
추경 논의 전개도 비슷한 양상이다. 여야는 이달 중 정부에 추경안 제출을 요구한다는 큰틀에서의 합의를 이뤘다. 다만 양당의 입장은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추경편성권은 기본적으로 정부에게 있기 때문에 여야가 정부에 언제까지 내라 강요할 수는 없고, 가능하면 추경안을 이번 달 말까지 제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한 반면,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추경에 대해) 정부가 소극적이고 진도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지적했다. 이달 중에 정부가 편성해 협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도 여야 모두 큰 틀에서 일반 국민의 세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구체적인 법안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최고세율'이 부자감세 프레임과 맞물려 논의의 진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여당은 앞서 이재명 대표가 배우자 상속세 면제에 대해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고 언급하며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을 들어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에서는 해당 개정이 '초부자 감세'가 되지 않기 위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여야의 행보는 여야 모두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지지층의 민심을 잃지 않으려는 동기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리하게 결론을 내기보다 큰 틀에서 합의를 통해 일하는 모습만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임재섭·전혜인기자 yjs@dt.co.kr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왼쪽)과 강선우 보건복지위원회 간사가 18일 국회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여야 논의 과정 등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