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실거래가지수 0.2% 올라
동남권 0.4% 올라 상승폭 최대
지방 건설 활성화 정책 엇박자
오세훈 시장 성급한 결정 논란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해제발(發) 아파트값 상승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내림세를 이어가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지난 1월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것으로 18일 확인됐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월 중순 시민들과의 대화 자리에서 강남지역 토허구역 해제 검토 사실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이미 아파트 거래가격이 상승 반전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토허구역 해제를 무리하게 단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 건설 경기를 살리려는 정부·정치권과, 서울만 바라 보고 규제를 푼 서울시 간의 정책 엇박자 논란도 일고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올해 1월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달 대비 0.20%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등으로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며 0.29% 하락했다가 올해 들어 다시 오른 것이다.
이 지수는 시세 중심의 가격 동향 조사와 달리 실제 거래된 실거래가격을 동일 단지, 동일 주택형의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지수화한 것이다. 그만큼 매매가격 동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권역별로는 수요층이 두터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가 포함된 동남권이 0.40% 뛰어 상승폭이 가장 컸다. 오 시장이 토허구역 해제 검토 사실을 언급한 뒤, 상승 거래가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속한 동북권은 0.33%, 종로·용산구 등이 있는 도심권은 0.27%, 마포·서대문구가 속한 서북권은 0.17%로 상승했다.
부동산원은 서울 실거래가지수(잠정치)가 2월에도 상승(0.02%)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권역별로는 △동북권(0.46%) △도심권(0.31%) △서북권(0.28%) △동남권(0.18%) △서남권(0.01%) 모두 오르는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2월 12일 토허구역 해제 이후 거래량이 늘고, 가격 상승폭이 커진 것을 감안하면 최종 지수 상승폭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신고일이 남은 2월 서울 아파트거래량은 이날 현재 5363건으로 집계됐다. 하루새 292건이 늘었다. 이같은 추세라면 작년 8월(6937건) 이후 처음으로 6000건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연초부터 매매 시장이 꿈틀하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시장에 후행하는 단순 지표만 보고 서둘러 토허구역을 푼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손발이 맞지 않는 집값 정책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지방은 집값 하락 속에 아파트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말 기준 지방 미분양 주택은 5만2876가구에 달한다.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2만 가구에 육박한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3월 둘째주(10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매매가격은 매주 계속 상승폭을 키워가고 있다. 경기도 역시 과천 등 준(準) 강남을 중심으로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5대 광역시(-0.07%), 세종(-0.14%), 8개도(-0.03%) 등이 모두 내리며 지방(-0.05%)은 하락, 서울과의 뚜렷한 온도 차를 나타냈다.
지난 1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도 0.23% 하락했다. 지방은 0.50% 하락해 전월(-0.38%)보다 낙폭이 커지는 등 약세가 지속됐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5년만에 미분양 아파트 3000가구를 직접 사들이도록 하는 등 지방 건설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규제를 풀고, 대출 금리를 낮추고, 세제 지원책까지 내놓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서울과 지방 간 부동산 양극화를 해소하는 게 시급하다"면서 "지방에 추가적인 주택을 구입할 경우 다주택자 중과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과 지방 간 집값 양극화는 지방 부자들의 서울 아파트 원정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외 거주자가 서울 아파트를 매입한 비중은 21.5%로 관련 조사가 시작한 이래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오를 때는 더 오르고, 내릴 때도 덜 떨어지는 서울 아파트가 부동산의 '안전자산'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가 내리는 상황에서 서울 아파트 값 동향은 규제 완화 등 재료 하나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이번 토허구역 해제는 서울만을 염두에 둔 규제 완화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서울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지방의 부동산 경기가 계속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오 시장의 대권 행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획] 실거래가 올랐는데도… 불난 집에 기름부은 서울시](//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902100363079001[1].jpg "[기획] 실거래가 올랐는데도… 불난 집에 기름부은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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