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국내 증시에 새로 상장한 기업 10곳 중 3곳 꼴로 기업분석보고서 조차 나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깜깜이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장사들의 기업설명회(IR) 활동 의지 부족 문제와 실적 외 다른 논란으로 리포트 발간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디지털타임스가 지난해 4분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신규 상장한 30개 기업을 대상으로 증권사 리포트 발간 현황을 분석한 결과, 9곳은 단 한 건의 리포트도 나오지 않았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더본코리아를 포함해 코스닥 상장사 와이제이링크, 엠오티, 위츠 등이었다.
반면 해당 기간 중 네 건 이상의 리포트가 발간된 곳은 노머스, 루미르, 씨메스, 클로봇, 에이럭스 5개사였다. 노머스는 지난해 1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는데, IPO 이후 DS투자증권에서 3건, 한국투자증권, SK증권, 유안타증권에서 각 1건씩 리포트를 발간해 총 여섯 건의 리포트가 나왔다.
해당 기간 가장 많은 리포트를 발간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은 상장사 20개사의 리포트를 총 12건 발행했다. 이어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6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 외에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다올투자증권 등은 3건 이하의 리포트를 발간했고, 독립리서치사 지엘리서치, 아이브이리서치 등도 리포트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신규 상장 기업들의 투자 정보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기업은 증권사 리포트가 꾸준히 나오는 반면, 몇몇 기업은 리포트가 전혀 발간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객관적인 기업 분석 자료를 접하기 어렵다. 증권사 리포트는 기업의 실적 전망, 산업 내 경쟁력, 목표 주가 등을 제공해 투자 판단의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지만, 특정 기업들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면 시장에서 '정보 비대칭'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상장사의 정보 접근성 보강을 강제하기 위해 상장 주관사에 한해 기업분석보고서를 정해진 기일에 제출할 수 있도록 규정을 세웠다. 한국거래소의 유가·코스닥 상장규정 시행세칙 각 9조2항, 15조2항에 따르면 상장주선인은 반기별 1회 이상 상장법인의 기업분석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만일 상장일이 속한 반기의 잔여기간이 2개월 미만의 경우에는 그 다음 만기부터 적용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2년간, 코스닥 상장사는 3년간 해당 세칙이 적용된다. 지난해 4분기 신규 상장사 기준 현재까지 리포트를 제출하지 않은 주관사는 오는 6월 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셈이다.
아직 기업분석보고서 제출 기준일이 남은 상황이지만, 투자 정보가 없는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은 속만 끓이고 있다. 특히나 더본코리아는 상장 이후 빽햄 선물세트 가격 논란, 예산 백석공장 농지법 위반 의혹, 원산지 표기 문제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주가는 연일 하향세다. 더본코리아를 비롯해 엠오티, 위츠, 벡트 등은 자체 IR 자료도 발간하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더본코리아의 경우 회사 실적의 문제라기보다는 여러 이슈로 인해 회사 기업가치를 분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기업을 커버리지에 포함하고 있지 않아 보고서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증권사 리포트가 꾸준히 나오려면 기업이 연구원들과 적극적으로 미팅을 갖고, 투자자 대상 IR이나 홍보(PR) 활동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며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상장 이후 IR이나 PR을 거의 진행하지 않아, 증권사에서도 분석을 위한 정보 확보가 어렵고 자연스럽게 리포트 발간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