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용 세종본부장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춘래불사춘`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902102269054001[1].jpg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춘래불사춘`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310종 144만본의 다양한 식물로 조성
3월 전면 개방에도 관람객 발길은 뜸해
꽃샘추위·시국 정리되면 인기몰이 기대
해마다 이 즈음이면 어린이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흘러넘치기 시작하는 곳이 있다. 느긋하게 담소를 나누며 산책하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다. 또 점심시간이면 산보를 하며 휴식 시간을 갖는 공직자들이 많다. 민과 관이 어우러져 함께 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춘래불사춘`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902102269054001[2].jpg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춘래불사춘`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얘기다. 15개 세종청사 건물을 공중다리 등을 이용해 하나로 이어주는 옥상정원은 전체 길이가 3.6km에 달한다. 크기가 8만8279㎡로 축구장 12개 면적이다. 2016년 5월 25일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Largest Rooftop Garden)'으로 등재됐다.
관람 동선의 두드러진 특징은 성곽 둘레를 돌며 성 안팎의 경치를 구경하는 '순성놀이'라는 전통놀이에서 착안했다는 데 있다. 옥상정원에는 310종 144만본의 다양한 식물로 꾸며졌다. 성벽 개념으로 설계돼 있어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만끽하는, 흔치 않은 곳이다. 여기에 다양한 테마별로 정원을 꾸며 지루할 틈 없는 공간을 만들었다. 분수대와 정자, 넝쿨터널 같은 다양한 포토존이 자리해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체를 전면 개방했다.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는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세종청사 14·15동의 옥상정원을 새롭게 정비한 뒤 입주한 정부기관 직원과 방문객에게 선보였다. 이미 운영 중이던 1코스(6~1동, 1.4km)와 2코스(6~13동, 1.6km)에 이어 3코스(11~15동, 1.4km)의 문을 활짝 연 것이다.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춘래불사춘`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902102269054001[3].jpg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춘래불사춘`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봄철을 맞아 지난 1일부터는 총 3개 관람구간의 운영을 재개했다. 혹한기인 1월과 2월에는 식물 휴면과 방문객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관람을 잠시 중단했다. 옥상정원 관람은 구간별 각 1회씩(회차 당 90분) 하루 총 3회, 세종시 문화관광해설사와 숲 해설자의 인솔 관람으로 진행된다. 3개의 관람구간마다 특징이 있고, 계절이나 시간대별로 묘미가 달라져 찾을수록 더 찾고 싶은 명소다.
오전 10시~11시 30분까지 방문이 가능한 1구간은 6동에서 시작해 1동까지 1.4km 구간이다. 약용원, 수국정원 등 다양한 주제의 공간이 조성돼 있다. 계절별로 다채로운 꽃과 과일나무 열매를 만나게 된다. 1동 전망대에 오르면 호수공원과 중앙공원 같은 세종시 주요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인기가 많은 구간이다.
2구간(오후1시 30분~3시)은 3개의 관람구간 중 1.6km로 가장 길다. 1구간과는 반대 방향의 동선으로 6동에서 출발해 13동까지 관람한다. 세종시 방축천을 가로지르는 공중 다리에서 시내 경관의 감상이 가능하다. 알록달록한 삼색버드나무길과 안개분무시스템이 설치된 안개정원, 다양한 암석과 수목이 어우러진 암석원 등이 들어서 있다.
3구간(오후 3시 30분~오후 5시)은 11동에서 15동까지 이어진 1.4km의 구간이다. 약 100m 길이의 계단형 분수 캐스케이드와 13개의 석재 조각상이 있는 조각정원, 현무암에 이끼와 와송, 바위솔 등을 부착해 꾸민 석부작 정원이 멋지다. 주 동선에서는 보이지 않는 공간에 숨어 있는 비밀의 정원을 보면 탄성이 나온다.
허브원 1개소를 비롯 약용원 2개소, 유실수·베리원 2개소, 넝쿨터널 10개소는 정감있는 조경을 연출한다. 특히 세종청사 옥상을 흙으로 채워 조성함으로써 에너지 손실을 차단해 연간 14억원의 냉난방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으니 일석이조다.
옥상정원은 무료로 개방하며, 관람을 원하는 시민 누구나 네이버 온라인 예약(회당 50명) 또는 당일 현장방문 접수를 거쳐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정부세종청사는 국가보안시설인 만큼 관람 당일에는 예약자와 현장 접수자 모두 신분증을 지참해야 출입이 가능하다. 옥상정원 내 식물 보호를 위해 물을 제외한 음료와 음식물은 반입이 제한된다. 반려동물 동반도 허용되지 않는다.
청사관리본부에 따르면 2014년 옥상정원을 개방한 이후 지금까지 14만6000명(하루 평균 88명)이 다녀갔다. 청사관리본부는 이용자에게 편의와 볼거리 제공을 위한 추가 사업 발굴을 적극 추진 중이다. 옥상정원 관람객의 의견을 바탕으로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는 맞춤형 이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김기영 정부청사관리본부장은 "세종시의 관광 명소로 자리잡고 있는 옥상정원을 보다 많은 분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방문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24년 '야간 첫 개방' 같은 프로그램으로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면 세종시 관광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세종시의 분석이다. 물론 국가 1급 보안시설이라는 점은 부담이다.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춘래불사춘`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902102269054001[4].jpg "[송신용의 세종속살이] `춘래불사춘`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봄이 왔지만 이용객은 아직 드문 편이다. 이상기온 탓이 1차 원인으로 보인다. 날씨가 추웠다, 풀렸다를 반복하면서 방문객들의 발길이 다소 뜸하다. 주말과 휴일에는 하루 약 150명, 평일 30~40명 정도 찾고 있다는 게 청사관리본부의 설명이다.
어수선하기 그지없는 시국 상황 영향도 있을 것이다. 한적한 편인 세종시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판결을 앞두고 찬반으로 갈려 벌어지는 시위가 부쩍 늘었다. 불경기에 트럼프 2기 관세전쟁까지 더해진 상황이고 보면 마음 편히 나들이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공직자들은 공직자들대로 힘이 빠져 보인다. 권한대행이거나 직무대행 체제가 장기화되면서 정책 추진의 동력을 잃었으니 어쩌면 당연스러워 보인다.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원래는 '오랑캐 땅엔 꽃도 풀도 없으니 봄은 왔건만 봄이 아니로구나'라는 의미다. 중국의 4대 미녀인 왕소군이 흉노로 떠나는 심정을 그리며 어느 시인이 읊은 노래라고 한다.
봄이 왔는데 봄 같지가 않다. 때가 됐는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 채 뭔가 어정쩡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답답해하는 국민이 적지 않을 터다. 하지만 무거운 마음 덜어낼 시간이 멀지 않았을 것이다. 꽃샘추위가 물러나고 나라 안팎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나면 세종청사 옥상정원에도 꽃이 만개하고, 시민의 발길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송신용 세종본부장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