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술에 대한 긍정 보고서](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902102369061002[1].jpg "[논설실의 서가] 술에 대한 긍정 보고서")
술과 인간의 확장
김동환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우리가 문화에 의존한다는 것은 타인에게 열린 마음을 가지고 배운다는 의미다. 그러나 인간은 이기적 본성을 지닌 영장류다.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 사이에서 긴장을 겪는다. 그럼에도 인간은 감정과 정서를 통해 협력할 수 있다. 사랑, 충성, 우정은 관계를 유지하는 접착제 역할을 하며, 죄책감은 이기적 행동을 단념시킨다. 이러한 사회적 정서 덕분에 우리는 계산적인 이기심보다 사회적 규범을 따른다. 이를 위해 우리는 합리적 이성을 담당하는 전전두피질의 작동을 일시적으로 멈춰, 돛대에 자신을 밧줄로 묶게 한 '신화 속 오디세우스'처럼 사회적 정서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쓴다.
이 전략은 바로 '적당한 술 취함'이다. 술은 전전두피질을 공격해 그 작동을 일시 정지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다. 술의 장점과 술의 미학은 전전두피질을 잠깐만 멈추게 만든다는 점에 있다.전전두피질이 일시적으로 쉬게 되면, 인간은 더욱 개방적이고 감정적인 상태가 된다. 결국, 술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인간 관계를 형성하면서 협력을 촉진하는 중요한 '화학적 악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 사회에서 술은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다. 사회적 유대와 신뢰를 구축하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책은 '술의 인지 혁명'과 '술 취한 문명'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술에 숨어 있는 인지과학과 문명에 묻어 있는 술의 흔적을 발견한다. 책에는 '술 취함'의 쾌락에 대해 침묵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가 풍부하다. 술의 역사와 신화의 교훈, 화학물질의 과학적 효과, 이성·감성·창의성의 상관 관계, 공동체 유지를 위한 술의 역할 등을 통해 술이 인간에게 가져다 주는 긍정성을 제시한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풍성한 안줏거리를,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흥미로운 인문학적·과학적 관점을 제시해 술의 세계에 빠져들게 만드는 책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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