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 형사법원 배심원단은 마이클 존스(39)와 프레데릭 도(36)에 대해 각각 '황금 변기' 절도를 공모한 혐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이들은 강도, 장물 이전 조력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존스는 지난 2019년 9월 14일 처칠 전 총리의 생가인 영국 블레넘궁에 침입, 이곳에 전시된 이탈리아 설치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예술작품 '황금 변기'를 훔치는 데 가담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이미 붙잡혀 유죄 평결을 받은 사건의 기획자이자 주범인 제임스 션(40)의 사주를 받고 사건 당일 새벽 최소 2명의 다른 일당과 함께 블레넘궁의 창문을 부수고 들어가 처칠이 태어난 바로 옆방에 설치돼 있던 황금 변기를 뜯어낸 뒤 훔친 차량에 싣고 달아났다. 그가 범행을 저지르는 데 걸린 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
범행 전날 전시회 개막 현장을 직접 방문해 관람객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진 해당 변기를 직접 사용하기도 한 그는 당시 경험을 묻자 "아주 인상적"이라고 답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당시 범행을 두고 검찰은 "면밀히 계획되고 수행된 대담한 습격"이라고 표현하면서도 "범인들은 조심성은 떨어졌다. 그들은 법의학과 CCTV, 휴대전화 기록 등의 형태로 증거를 남겼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범인 도의 경우 절도에 직접 가담하진 않았지만, 추후 주범인 션과 모의해 훔친 황금 변기를 옮기는 데 관여한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황금 변기'는 18K 황금 98㎏으로 만들어진 카텔란의 대표작이다. 그는 지나친 부(富)에 대한 조롱을 담은 이 작품에 '아메리카'라는 이름을 붙여 2016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처음 전시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2018년 미술관이 소장한 반 고흐의 그림을 임대하고 싶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체품으로 백악관 설치를 제안한 작품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한편, 검찰은 "주범 션 일당이 훔친 황금 변기를 조각내 녹인 후 보석상들에게 팔아 현금화했다"면서 "비록 도난당한 금이 전혀 회수되지는 못했지만, 이번 기소로 더 광범위한 범죄와 자금 세탁 네트워크를 와해하는 데 일조했다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형량을 정하는 재판은 도의 경우 5월로 잡혔고, 존스나 주범 션의 재판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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