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의 취지를 잘 준비해 금융당국에 충분히 설명하겠습니다." 최주선(사진) 삼성SDI 사장은 19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호텔에서 열린 삼성SDI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결의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금융감독원의 중점심사 대상 1호로 선정된 것에 대해 이같이 입장을 밝혔다.
삼성SDI는 지난 14일 전고체 배터리와 GM 합작공장 투자 등 시설투자 자금 확충을 위해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주식수는 1182만1000주, 증자 비율은 16.8%다. 유상증자로 지분가치가 희석되며 삼성SDI의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김종성 삼성SDI 부사장은 주총 시작부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주주 여러분께 실망감을 안겨 죄송하다"며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해 왔지만 대내외적인 변동성이 급등하면서 건실한 재무 구조를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차입금이 1년 사이 5조원 이상 증가했고 2025년과 2026년에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여러 요소를 고려해 증자를 우선 결정했다"며 "회사채 발행이나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포함한 기타 보유자산을 활용해 추가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 자금은 제너럴모터스가 제일 크고 헝가리 신규 공장 투자와 전고체 배터리 투자 등을 진행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탑티어 수준의 외형을 갖추고 두 자릿수 이익률을 달성하겠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주주들은 "선물옵션 같은 고위험 자산에 투자한 것 같다", "전세금 넣었다가 다 날렸다는 주주도 있다", "삼성SDI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한 줄 알았다", "주주환원 대책 하나 없이 유상증자를 하는 회사는 처음 본다", "이게 정말 삼성이 맞냐"는 등의 성토가 쏟아졌다. 그러자 삼성SDI는 당장 올해 1분기에 46파이 배터리를 출시해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올해 차세대 프리미엄 각형 배터리 P7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전고체 배터리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올해 내 다음 단계인 고용량화와 양산 기술을 완성해 나가겠다"며 "3년 정도로 세운 기술 로드맵에서 현재까지 목표했던 수준을 각 단계에서 달성해 가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또 하나의 기술적 변곡점을 넘는지에 대한 판단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유럽의 본격적인 전기차 대중화와 내연기관차 대체가 가시화되는 시점을 2028년경으로 내다봤다. 그는 "유럽은 주요 고객들이 집중돼 있는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프리미엄급 제품부터 메인스트림 제품까지 경쟁력을 갖춘 포트폴리오를 갖춰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환경 규제가 완화되는 듯한 움직임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탄소 감축과 친환경 전환이라는 글로벌 흐름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2028년 이후에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본격적으로 대체하는 시기가 올 것으로 자신 있게 본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19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호텔에서 삼성SDI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호텔에서 열린 삼성SDI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가 입장을 위해 접수를 하고 있다. 박한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