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9시 서울시 강남구 엘리에나호텔에서 열린 삼성SDI의 정기 주주총회장에는 Q&A 세션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작과 동시에 손을 든 소액주주들은 최근 52주 신저가를 경신한 주가와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이같은 울분을 이어갔다.
이날 주주총회 안건에 최주선 삼성SDI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포함돼 있었던 만큼 총회 진행은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이 맡았다. 김 부사장은 시작부터 "실적과 주가 하락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른 수단도 순차 검토"=삼성SDI는 약 100분 중 상당 시간을 유상증자 이유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증자 대금은 연구개발과 GM과의 합작투자, 신규공장 건설 등 가장 효율적인 분야에 우선 투입한다는 약속으로 향후 성장을 위한 선제적 투자임을 재차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왜 지금 유상증자를 하느냐'는 비판에 대해 "2~3년 앞서 투자해야 다음부터 실적이 나온다"며 "작년에만 6조6000억원 규모로 투자했고 내년과 내후년까지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현금 흐름은 당분간 계속 적자일 수밖에 없어 조달 수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채 발행, 자산 매각 등 다른 수단이 있지만 우선순위를 증자로 한 것"이라며 "결국 한 가지 수단만으로는 자금 조달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채 발행이나 기타 회사가 갖고 있는 주식, 자산에 대한 활용도 배제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급격히 악화된 재무 상황을 설명하며 이해를 구했다. 2023년 말 기준 현금 보유액은 1조9000억원, 차입금은 11조6000억원으로 순차입금만 9조7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1년 사이 5조원 이상 순차입금이 증가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정책적 불확실성이나 실질 금리 상승 등 대외 변수도 여전하다"며 "미국 등 주요 시장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경우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지고 더 높은 금리로 차입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재무구조 악화를 감안해 증자를 우선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주들 "디스플레이 지분 팔아라" 질타=하지만 주주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한 주주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가운데 3조원어치만 매각해도 2조는 자본 확충, 1조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활용할 수 있다"며 "주가가 저평가돼 있을 때 자사주를 사들여 향후 주가가 상승했을 때 블록딜 등으로 재매각하면 회사와 주주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따져 물었다.
김 부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활용 방안은 검토 중"이라며 "자사주나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은 전략적 제휴나 장기 투자 재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어 현재로선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려 있는 상태"라고 답변했다.
김 부사장은 이날 삼성전자의 유상증자 참여 여부에 대한 답변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얼마나 참여할지는 삼성전자 이사회의 결정 사항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고 답했지만 이 발언에 대한 주주의 아쉬움이 표출된 것이다.
또 다른 주주는 "말씀하신 내용이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주가가 이처럼 떨어진 상황에서 들으면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하자, 김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당연히 잘 설명드려 증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제 답변이 섭섭하셨다면 사과드린다"고 했다.
삼성SDI는 유상증자가 이사회 결의를 통해 확정된 사안인 만큼 철회 없이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한다. 내달 15일 1차 발행가액이 결정되고 16일 공시될 예정이다. 신주배정 기준일은 4월 18일이며 신주인수권증서 상장 거래는 5월 12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이날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감독원이 자사 2조원대 유상증자를 중점 심사대상에 포함한 것과 관련해 "유상증자 취지를 잘 준비해 당국에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답변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최주선 삼성SDI 사장이 19일 오전 9시 서울시 강남구 엘리에나호텔에서 열린 삼성SDI의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답변하고 있다. 삼성SDI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