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년제 폐지된 직종 많아… 경험·능력 있으면 롱런 가능
韓, 과도한 고용보호 완화해야… 계층간 이동성 제약도 문제
韓, 과도한 고용보호 완화해야… 계층간 이동성 제약도 문제
![[오늘의 DT인] "韓 노동생산성, 美 절반 수준… 재능 위주 승진·인력배치 필요"](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902109963033005[1].jpg "[오늘의 DT인] \"韓 노동생산성, 美 절반 수준… 재능 위주 승진·인력배치 필요\"")
장용성 한국은행 금통위원
'거시경제·화폐금융이론 권위자', '통화정책에 정통한 학자'란 수식어를 들으면 장용성(사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떠오른다.
이창용 한은 총재 추천으로 2023년 4월21일부터 금통위원으로 활동 중인 그는, 금통위원으로 선임되기 전부터 경제학계에서 '금통위원 적임자'로 평가받아왔다.
1966년생인 장 위원은 서울대 경제학 학사와 석사,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에서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미국 연방준비은행 롱텀 컨설턴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겸 금융경제연구원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장 교수는 과거에도 한은의 각종 연구용역 사업에 참여하는 등 한은과 인연이 깊다. 이 총재가 교수로 재직했던 로체스터대에서 교편을 잡은 인연도 눈길을 끈다. 장 위원은 취임 당시 "미국 연방은행은 리서치 기능이 좋다. 이 총재께서 한은의 리서치 기능을 강조하는 만큼 그 부분에 대해 제가 보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목소리를 낼 것이란 관측이 다수였다. 장 교수가 그동안 대외적으로 기고한 글 등을 보면 인플레이션 관리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많았다. 노동시장을 경제학과 연관시키는 활동을 주로 해 노동경제학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받았다.
그는 2022년 2월 '생산, 고용, 물가 관계의 변화'란 논문에서 물가가 오르는데 실업률이 낮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1990년대까지 필립스 곡선이 약하게나마 유지됐지만 2000년대 들어선 성립하지 않는다고 평했다. 유가 상승 등 공급 충격이 커지면 물가, 고용이 동시에 악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장 위원은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의 생산성이 미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 근로자들이 미국 근로자들보다 더 우수해보이지만 우리 경제 생산성이 낮은 이유에 대한 것부터 풀어나갔다. 그의 대답은 "우수한 인재들은 더 중요한 일에 배치돼 있어 일상 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경우가 드물다"였다. 미국은 직원들의 재능 위주로 승진과 인력 배치를 하는 반면 한국은 연공 서열, 학연, 지연, 순환 보직제 등 외부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얘기다.
장 위원은 "미국에선 정년제가 폐지된 직종이 많다. 인품, 경험, 능력이 있으면 오랫동안 조직에 두려 한다"며 "젊은 직원들은 능력자들이 오랜 기간 대접받는 것을 보고 배워 더 열심히 일한다"고 설명했다.
![[오늘의 DT인] "韓 노동생산성, 美 절반 수준… 재능 위주 승진·인력배치 필요"](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1902109963033005[2].jpg "[오늘의 DT인] \"韓 노동생산성, 美 절반 수준… 재능 위주 승진·인력배치 필요\"")
그는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과도한 고용보호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용보호제도 유연화는 경기확장기에 생산과 고용을 5% 정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장 위원은 최근 "자산 불평등 문제가 중요하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특히 부동산 자산 격차에 대한 불평등 심화를 꼽기도 했다. 장 위원은 한국 내 소득 불평등 개선이 체감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는데 주된 이유로 소득 계층간 이동성이 제약된 점을 들었다. 국제경제협력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소득 불평등 정도(0.5)는 한국(0.4)보다 높다. 미국의 경우 10대 부자 중 8명이 자수성가에 해당하는 창업 1세대에 속할 정도로 이른바 '계층 사다리'간 이동이 자유로운 편이다. 반면 한국은 2명만이 창업 세대다.
미국의 주요 산업은 금융, 정보기술(IT)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두 분야가 더 강화됐는데 이는 자금뿐만 아니라 사람도 미국으로 몰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노동시장도 부작용이 많지만 자원 배분이 잘된 것이 국내보다 유리하다고 평했다. 미국 경제 생산성이 아직도 강건하다는 분석이다.
노동경제 외 그의 고민은 무엇일까.
장 위원은 집값, 가계부채 등 국내 부동산 시장도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을 예의주시하면서 선제적인 조치를 통해 국내 경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도움되고 싶다는 것이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그는 "금리인하 사이클에 접어든 지금 미국과의 금리차가 여전히 크다. 미국이 어떤 스탠스를 보일지 지켜봐야할 것 같다"며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계속해서 내려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지만 두고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락가락하는 트럼프 관세정책, 국내 정치적 혼란 속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이 계속해서 내려가는 부분에 대해선 안타까워했다. 그는 "한은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많지 않다. 구조 개혁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내는 것도 그런 부분들을 바꿔보자는 의도다"며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잡고 있다. 다만 집값, 가계부채, 외환시장 불확실성 등 문제가 나오면 작년과 같은 고민을 해야할 수 밖에 없다. 금리 결정에 있어 더욱 신중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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