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급락에도 예상밖 강세
상반기 메모리반도체 순풍 기대
AI수요가 고부가메모리 이끌어
상반기 메모리반도체 순풍 기대
AI수요가 고부가메모리 이끌어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3.3% 급락했다. 엔비디아의 AI포럼 'GTC 2025'에서 나온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이 기대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주가 급락은 국내 반도체 업종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히려 강세를 보이며 시장의 예상을 뒤엎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600원(1.56%) 오른 5만8500원에 거래됐다. SK하이닉스도 전장 대비 2500원(1.23%) 오른 20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젠슨 황 CEO는 블랙웰 개량형인 '블랙웰 울트라'와 블랙웰 다음 버전인 '베라루빈'을 공개했다. 그러나 시장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심지어 젠슨 황이 제네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차량 개발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GM 주가는 0.7% 후퇴했다. 엔비디아에 호재가 생기면 엔비디아는 물론 관련 종목도 동반 상승하는 '엔비디아 트레이드'가 이번에는 사라진 것이다.
이에 국내 증시에서도 HBM 반도체주들의 수급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증권가의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예상과 다르게 강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GTC 2025' 실망감보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모건스탠리의 전망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업황이 장기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존재한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6만5000원에서 7만원으로, 투자의견은 '비중확대'(OW)를 유지했다. SK하이닉스는 15만원에서 23만원으로 목표주가를 상향했고 투자의견은 '비중유지(EW)'를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올 상반기 중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고 반도체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2분기 중 PC와 모바일용 D램 중 일부 제품의 계약 가격 하락폭이 감소하거나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초 D램 현물 가격은 이미 상승세를 탔다. 중국 정부가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보조금을 확대하면서 PC와 모바일용 반도체 재고가 축소되고 있는 영향이다.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보다 삼성전자가 주가 상승 여력이 더 많이 남았다고 분석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고, 낸드플래시 업체의 적극적인 감산, D램 단가 하락폭 축소로 메모리 부문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 종목들의 비중을 확대할 시점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범용 제품(Commodity) 사이클은 가격 반등이 아닌 출하 반등으로부터 시작된다"며 "과거 사이클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가 반등은 디램(DRAM) 가격 상승 전환에 9~12개월 선행했으며, 초기 주가 반등 이후 주가 우상향의 조건은 가격 하락률 안정화와 출하 반등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AI 수요 강세가 서버 D5, HBM 등의 고부가 메모리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며 "중국의 이구환신 효과와 관세 상향에 대비하는 주문 증가는 LP5X뿐 아니라 D4, LPD4 등 레거시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사들의 출하 전망이 상향되는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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