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지역을 대상으로 규제가 내려짐에 따라 현재의 과열세는 안정될 수 있지만 주택 가격 상승 요인은 여전히 남았다. 규제를 피해 다른 지역으로 수요가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기관 회의'를 연 뒤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놓았다. 오는 24일부터 9월말까지 약 6개월간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전체 아파트를 대상으로 토허제를 확대 지정하기로 했다. 4개 자치구에 있는 모든 아파트 약 2200개 단지(40만가구)가 대상이다.
정부는 토허제 지정 뒤로도 시장 과열이 지속될 경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외에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추가 지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및 정책금융의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한다. 수도권 중심 지역별 가계대출 모니터링을 새로 실시하고, 서울 주요 지역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취급 점검도 강화한다. 정부는 "디딤돌 대출 등 정책대출 증가세가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을 과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대출금리 추가 인상 등을 즉각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지난달 13일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아파트 291곳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푼 이후 집값 급등이 시작됐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지난달 국토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서울의 전용면적 84㎡의 평균 거래가가 서초(31억4043만원), 강남(27억634만원), 송파(20억2813만원) 모두 20억원이 넘었다. 강남 3구 집값이 동시에 20억원을 상회한 것은 집값이 고점이던 2021년 11월 이후 3년 3개월만이다. 개별 단지에선 최고가 경신이 계속됐다.
'불씨'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등 주변 지역으로도 옮겨가며 3월 둘째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 마포 0.21%, 용산 0.23%, 성동 0.29% 등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락세를 보였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마저도 최근 하락을 멈추고 보합(0.00%) 또는 상승 전환했다. 국토부는 "과거 시장 상황과 비교할 때 최근 집값의 상승 속도나 상승폭, 확산 속도가 이례적이며 단기간에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경향"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과열세의 안정을 예상하면서도 정책 번복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관성 없는 정책은 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를 준다. 올해 9월까지 토허구역을 재지정하더라도 이번에 (5년간 적용됐던) 토허제가 해제되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봤으니 시장은 언제라도 급등할 가능성을 품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대출규제와 대출 금리 등이 그대로인 상황이라서 토허제 재지정에 따른 시장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영향을 직접 받는 곳은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주택 공급 급감과 임대료 상승 등의 가격 상승요인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주택 구매 수요가 토허제로 묶이지 않은 한강변의 동작구, 마포구, 성동구, 강동구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일시적으로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 상승세도 잡히겠지만, 과거 규제지역을 확대한 사례를 살펴보면 거래량은 줄어도 일부 거래가 신고가를 경신한다든가 규제를 덜 받는 지역으로 수요가 옮겨다니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토허제 적용 지역은 2년 실거주 의무 조건이 따르기 때문에 전세 매물이 마르고 전세가 상승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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