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신뢰 훼손 속 '극단처방'
주민 '불만·안도' 반응 엇갈려
전문가 "단기 진정 효과 있어"
주민 '불만·안도' 반응 엇갈려
전문가 "단기 진정 효과 있어"
![[기획] 35일만에 뒤집힌 토허구역…집값 뛰자 확대 재지정](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2002100363046001[1].jpg "[기획] 35일만에 뒤집힌 토허구역…집값 뛰자 확대 재지정")
서울시가 이른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대 토허구역을 푼 것은 지난 달 12일. 정부와 서울시는 19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전체를 토허구역으로 지정키로 했다. 불과 35일만에 정책을 180도 바꾸는 이례적 선택을 한 것이다. 그만큼 최근 집값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집값 상승세 전염에 규제 초강수= 서울시가 지난달 13일 잠삼대청 아파트 291곳에 대한 토허구역 규제를 없앤 이후 해당 아파트 단지는 물론 다른 지역으로까지 가격이 빠르게 올랐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지난달 국토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서울의 전용면적 84㎡의 평균 거래가가 서초(31억4043만원), 강남(27억634만원), 송파(20억2813만원) 모두 20억원이 넘었다. 강남 3구 집값이 동시에 20억원을 상회한 것은 집값이 고점이던 2021년 11월 이후 3년 3개월만으로, 토허제 해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집값 상승세는 해제 지역을 넘어 주변 지역까지 전염시켰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주변 지역으로 수요가 옮겨가며 3월 둘째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 마포 0.21%, 용산 0.23%, 성동 0.29% 등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 양극화 현상 속에서 강남 3구 등과 달리 하락세를 보였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도 최근 하락을 멈추고 보합(0.00%) 또는 상승으로 전환했다.
정부는 거래 총량이 증가하는 속도와 거래자 등을 분석했을 때 비강남권에서 강남권으로 넘어오는 속도가 빠르게 늘고 있고, 갭투자도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만 오르면 자산 왜곡이 더 심화할 수 있어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뒤집힌 정책…'불만'·'안도' 교차= 토허구역 지정 기간은 오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이다. 이번 조치는 오는 24일부터 체결된 아파트 신규 매매계약분부터 적용된다. 이들 지역에서 이미 매매계약을 진행하고 있던 매도·매수자라면 오는 23일까지 거래계약서 작성을 마쳐야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만큼, 거래취소나 거래 시점을 앞당기는 등 시장 혼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토허구역에 재지정된 지역 주민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고, 집값 상승을 우려하던 무주택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토허구역에 새로 편입된 서초구 반포동이나 용산구 아파트 소유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서초 반포자이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토허제 자체의 모순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됐다"며 "오락가락하는 정책 때문에 결국 피해를 본 건 실수요자들"이라고 분노를 표했다.
반면 이제라도 토허구역이 확대 시행돼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다. 용산구 전세 거주자 30대 C씨는 "용산구가 최근 몇 년간 강남과 집값, 전셋값이 연동돼 오르기만 했었다"며 "전셋값이 더 오를까 봐 걱정하던 차였는데 상승세가 한풀 꺾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있다"고 말했다.
◇오름세 전염, 차단할 수 있을까= 정부가 토허구역을 강남3구 전체는 물론, 용산구까지 확대 지정키로 했다. 여기에 필요시 토허구역 추가 지정과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더 강력한 조치를 예고한 것은 초기에 집값 상승세를 확실히 꺾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단기적으로 시장이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지난 2020년 6월 잠삼대청 지역이 토허구역으로 첫 지정됐을 당시 이들 지역의 가격이 떨어졌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기존 잠삼대청 재지정 외에도 서초와 용산구 등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끈 대표 지역까지 확대 지정해 주택 거래규제 적용이 넓어졌다"며 "이번 규제로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 수요나 '포모'(기회상실 우려)가 당분간 줄고 거래도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과거 경험으로 판단할 때, 이같은 규제책이 나오면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 상승세도 꺾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추세적 하락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근본적으로 서울의 공급 부족과 입주 물량 감소가 예견되고, 대출 금리도 내림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똘똘한 한채' 선호 현상도 뚜렷하다.
문재인 정부의 실기라고 평가받는 '집 값 풍선 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문 정부는 '선제 대응'을 한다며 규제와 옥죄기를 반복하는 바람에 집값 폭등세를 확산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칫 강남3구와 용산을 넘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와 강동·광진구, 경기 과천·분당·판교까지 다 ？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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