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버트런드 러셀의 비판적 세상 읽기](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2002102369058002[1].jpg "[논설실의 서가] 버트런드 러셀의 비판적 세상 읽기")
생각을 잃어버린 사회
버트런드 러셀 지음 / 장석봉 옮김 / 21세기북스 펴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영국의 수학자, 철학자이자 역사가, 사회 비평가인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의 철학 에세이 모음집이다. 1950년 출간 당시 사회적 통념과 권위에 도전하는 날카로운 비판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오늘날까지도 시대를 초월해 깊은 통찰력을 제공하는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러셀은 "맹목적인 믿음은 광기의 시작이다. 비판적 사고만이 우리를 진실로 이끈다"고 말한다. 전쟁, 교조주의, 이념 갈등, 교육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독단주의, 맹목적 믿음, 권위주의를 비판하고 이성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당대 사회의 문제점을 꿰뚫어 보는 그의 예리한 시각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러셀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권위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는가? 어떻게 하면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가?" 러셀은 이런 질문들에 대해 답을 제시하는 대신, 독자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유도한다. 그는 비판적 사고야말로 세상의 거짓과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며, 우리를 진실로 이끄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의 이성(理性)에 근거한 비판적 사고는 모든 사물이나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회의적인 태도 아래서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을 묻고 밝혀내는 것이다. 반전, 여성해방, 자유, 진보, 민주주의, 합리성 등을 설파하며 인류 보편의 가치를 위해 평생을 싸워온 러셀은 타인의 의견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장까지도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면서 진리를 찾겠다는 열정과 의지를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한다.
러셀의 철학은 자신과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실천적 정의를 지닌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며, 이를 통해 앎을 추구하는 비판적 사고 활동을 전진시키기를 기대한다. 러셀은 현대 사회에 이데올로기, 국가주의, 종교적 광신 등이 만연해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사람들이 쉽게 믿음에 빠지는 경향을 예로 설명한다. 또한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기보다는,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증거만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한다. 이런 인간의 어리석음이 사회 문제의 근본 원인이다. 절대적인 진리 체계를 주장하며, 이에 어긋나는 모든 것을 배척하는 교조주의는 이같은 인간의 어리석음을 심화시킨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지적 모험과도 같다. 독자들은 러셀의 뛰어난 지성과 통찰력을 따라가며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그의 냉철한 비판과 따뜻한 인간애를 통해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강현철 논설실장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