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진 산업부 재계팀장
![[현장칼럼] "상속세는 NO", 씁쓸한 선택적 밸류업](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2002102369064001[1].jpg "[현장칼럼] \"상속세는 NO\", 씁쓸한 선택적 밸류업")
상법 개정안은 주요 대기업들이 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으로 기업 가치가 저해된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즉 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해 상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야당과 자본시장의 논리다. 기업들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호소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작년 초부터 부각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이슈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은 작년 하반기 주주환원책 등을 담은 밸류업 전략을 잇따라 내놓으며 이에 부응했다.
그런데 이러한 밸류업 전략에서 한 가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는 빠져 있다. 여야는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대해 의견을 모아가는 모습이지만,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놓고는 야당이 '부자 감세'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현행법상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 38개국 중 두 번째로 높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은 최대주주 할증평가가 적용돼 60%에 달하는 실질 상속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 2021년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부과 받았고 재원 마련을 위해 계열사 지분까지 매각했다.
체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중견기업들의 경우 아예 승계를 포기하는 사례도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손톱깎이 글로벌 1위 기업인 쓰리세븐을 비롯해 락앤락, 까사미아 등이 상속세 부담으로 회사를 해외자본 등에 매각했다. 지난달 경제 6단체가 발표한 '상속·증여세제 개편 촉구 경제계 공동성명'에 따르면 2000년 상속세 최고세율을 50%까지 인상한 결과, 상속세 결정세액은 2013년 1조4000억원에서 2023년 12조3000억원으로 10년 만에 9배가량 늘었다.
이 때문에 외국계 사모펀드, 심지어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행동주의펀드들도 한국의 상속세 제도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 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성향을 감안했을 때, 과도한 상속세율이 주가 상승을 억제한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기업들의 강한 반대에도 소액주주들을 위한 '밸류업'을 이유로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뚜렷하게 대조된다. 반(反)기업적 선택에만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다.
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논리는, 반대로 기업이 도산했을 때 일자리가 사라진 과거의 수많은 경험을 통해 입증됐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밸류다운을 야기시키는 요인으로, 나중엔 기업 가치가 하락하다 못해 소멸될 수도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 있던 중소·중견기업들이 해외로 매각된 것이 한 예다.
기업 경영과 국가 경제의 성장은 정치 논리로 움직이지 않는다. 소액주주를 위한 상법 개정안은 되고,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는 안된다는 논리는 '선택적 밸류업'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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