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의 한국 시장 공습이 목전에 와 있다. 직진출 선언에 이어 국내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확보했다. 테무가 C커머스 규제 공백의 틈을 타 대규모 물류센터를 통해 중국산 초저가 상품을 대량으로 쏟아붓기 시작하면, 유통뿐 아니라 제조 시장까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테무는 중국계 물류 대행사를 통해 최근 김포한강신도시에 있는 대형 물류센터의 장기 임차계약을 맺었다. C커머스 플랫폼이 한국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물류센터는 테무의 한국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활용될 전망이다.
김포 구래동에 있는 이 물류센터는 수도권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규모 시설이다. 축구장 23개와 맞먹는 연면적 약 16만5000㎡(5만평)에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다. 상·저온 복합 설비를 갖췄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 인천항 등 주요 공항·항만은 물론 서울과도 가까운 입지다.
물류센터 운영은 롯데그룹 물류 계열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맡았다.
조만간 공개 입찰 또는 수의 계약 방식으로 국내 물류업체와 배송 계약을 진행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테무는 물류센터 내에 한국 사업을 총괄 관리할 사무실을 두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테무는 지난달 국내에서 오픈마켓(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하기 위한 판매자 모집 공고를 낸 바 있다. 이어 대형 물류센터까지 마련하며 한국 직진출 준비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테무는 2023년 8월 한국어 판매사이트를 개설했다. 또 다른 C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보다 한국 시장 진출이 약 4년 늦었으나, 물류센터 확보에 있어서는 한발 앞서게 됐다.
테무의 행보에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물류센터 확보를 통해 C커머스가 구현하기 어려웠던 '빠른 배송'이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초저가 직접구매(직구) 물품을 미리 물류센터에 보관하면 1 ~ 2일 이내에 배송이 가능해진다. 물류센터와 가까운 수도권은 당일 배송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 재작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키워드가 알리의 공세였다면, 올해는 테무가 될 것"이라며 "테무가 사무실 마련, 채용, 셀러 대상 캠페인 진행 등 실제적인 액션에 나서고 있고 이번에 물류센터까지 확보해 배송 경쟁력까지 갖추게 되면서 기존 이커머스 플레이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테무의 직진출로 당장은 경쟁 플레이어가 많아지면서 소비자 선택지가 넓어지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볼 땐 국내 유통·제조 생태계 전반이 붕괴될 수도 있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면서 "상품의 질, 운영의 안정성, 국내 유통 규제 준수 여부 등 아직 테무를 둘러싼 불분명한 부분이 많고, 한국에서 사업하는 C커머스를 관리·감독할 체계는 미비하기 때문이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정권 하의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인해, 그간 미국 시장에 자본력을 집중해 온 테무가 한국을 대체 시장으로 타깃해 공략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테무는 2018년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PDD홀딩스의 자회사로, 미국 보스턴에 본사가 있다. 2022년 9월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테무가 한국 시장에 직진출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라며 "미국-중국 간 무역전쟁으로 인해 미국에서의 사업 여건이 안 좋아지고 성장 속도도 느려지면서, 세계 유통시장 5위인 한국 시장에 자본력을 집중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은 지난해 기준 242조원대로 중국, 미국, 영국, 일본에 이어 세계 5위권이다. 전체 유통시장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을 정도로 이커머스 성장세가 가파른 시장이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