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일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거짓말하며 국민을 속여왔다. 서울시장 자격이 없다"고 집중 공격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을 겨냥한 견제도 이어졌다. '명태균 게이트'는 윤석열 대통령·김건희 여사 부부의 대선 여론조사 거래 및 국회의원 공천개입 의혹뿐 아니라 국민의힘 유력인사들까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 유사한 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된 사건을 가리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시청 집무실 앞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을 밝힌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검찰은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가 연루된 국민의힘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등 여론조사비용 대납 의혹과 관련해 이날 오 시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공동취재·연합뉴스 사진>
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단장 서영교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사건 전담수사팀은 오전 9시부터 서울시청과 오세훈 시장 공관,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주거지를 압수수색 중"이라며 "이제껏 '명태균씨에게 (당내 경선 관련)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딱 잡아 떼더니"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진상조사단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경선을 앞두고 "오세훈·나경원·안철수(당시 제3지대 국민의당) 후보 등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던 상황"을 지목, "검찰은 명태균씨가 오 시장 측근인 강철원 전 부시장과 2021년 1월25일 서울시장 보선 여론조사 설문지를 주고받은 정황을 확보했다고 한다. 측근이 명태균에게 여론조사 설문지를 받았음에도 뻔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시장은 명태균 '미래한국연구소'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나 받고, 이 비용은 후원자인 김한정씨가 대납하도록 한 것이냐는 불법과 위법 의혹 중심에 서 있다"며 "명씨는 오 시장을 7차례나 만났고, 오 시장으로부터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검찰은 오 시장의 불법 여론조사와 비용 대납 등 의혹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고 했다.
조사단은 또 "이제 홍준표 시장 차례다. '맞춤형 여론조사, 최용휘(홍 시장의 장남 친구), 박재기(전 경남개발공사 사장) 등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대가성 채용' 등 쌓여있는 의혹 들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다"며 "2022년 대구시장 선거 당시 최측근을 통해 명씨 측에 최소 8차례 불법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해당 비용은 타인에게 대납하게 한 의혹"이라면서 대구지검에 수사를 재촉했다.
더불어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 소속 의원들이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건희 여사 불법 공천개입 및 명태균 게이트, 창원산단 선정,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연루 의혹과 오세훈 서울시장·홍준표 대구시장 등을 겨냥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조사단엔 단장 서영교(왼쪽 두번째) 의원을 비롯해 부단장인 김병기·한병도 의원, 위원으로 김승원·전용기·김기표·김용만(대변인)·박균택·박정현·송재봉·양부남·염태영·이성윤·이연희·허성무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염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페이스북 사진>
이밖에 민주당은 이날 안귀령 대변인 브리핑에서 "검찰이 오 시장 강제수사에 착수한 건 당연한 귀결이다. 여러 진술과 증거가 모두 오 시장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오 시장은 아직도 명씨가 진행한 여론조사를 몰랐다고 발뺌할 셈인가. 법의 그물망이 조여온다"고 압박했다. 이어 "검찰이 국민의 눈을 의식해 마지못해 수사하는 시늉만 한다면 검찰 또한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도 이날 '팩트체크넷 민주파출소' 일일브리핑으로 오 시장을 겨냥했다. 소통위는 "그간 오 시장은 SNS 계정 등을 통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차례 만났지만 그게 끝', '우리 (선거)캠프와 명씨가 연관성 있다는 시각 자체가 난센스' 등 주장을 해왔다"며 "검찰이 수사를 하면 할수록 명씨와 관련된 오 시장 거짓말 진상이 밝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통위는 또 "오 시장은 지난 1월 '규제풀어민생살리기' 대토론회에서 '부동산이 오히려 지나치게 하향추세를 계속 보일 가능성도 있어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 폐지 검토' 등 주장을 했다"며 "실제 서울시는 2월12일 강남권 일부 지역을 토허구역에서 해제했지만 해제 이후 강남지역 집값이 폭등하기 시작했고 결국 35일 만에 정부·서울시가 강남 3구·용산구 아파트 전체를 토허구역 확대 지정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의 무능한 거짓 예측, 얼빠진 행정으로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신뢰도가 완전히 무너졌고, 서울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만 대폭 커졌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을 할 필요가 있음에도 개인, 특히 부유층의 재산권 행사만을 중시하는 잘못된 가치관을 드러냈을 때부터 정책실패는 예정됐다. 오 시장의 잘못된 인식과 정책으로 서울시민이 피해보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한편 오 시장은 이날 오후 6시20분쯤 시청 본관 집무실 압수수색이 종료된 뒤 취재진을 만나 "어차피 수사를 마무리하려면 제가 가서 조사에 임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선 꼭 거쳐야 하는 절차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8대를 "전부 검찰에 제출했다"고도 했다. 다만 그는 혐의 관련 "명태균의 미래한국연구소는 무자격 불법업체였다"며 "김한정씨가 어떤 대가를 지급했다고 해도 그게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 없다"고 '법리'를 앞세운 주장을 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