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제한조치 제각각 달라
토허구역 지정 여파 문의 늘어도
실제 대출 수요는 평소와 비슷
토허구역 지정 여파 문의 늘어도
실제 대출 수요는 평소와 비슷
"하루아침에 규제가 바뀌어 알아보던 은행 외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하는 상황이 됐어요. 상담하러 간 은행만 몇 군데인지 모르겠네요."
정부와 금융당국이 집값을 잡기 위해 다시 대출 옥죄기를 선언하면서 은행 창구가 분주해졌다. 대출을 받으려고 대기 중이던 고객들은 혼란이 가중된 모습이다. 다만 은행 창구를 찾는 상담 고객은 늘어난 반면 대출 접수 건은 평소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갭투자가 다수인만큼 대출 수요에는 영향이 크지 않은 모습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전체 아파트가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후 잠실, 강남 등 지역의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점포들은 평소와 다름없는 수준의 고객들이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출을 빨리 받겠다는 고객도 거의 없어 정부정책에 동요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은행마다 대출규제가 달라 상담을 받는 고객들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담을 받으러 오는 고객들이 증가했다. 특히 서초구는 하루에 2, 3번씩 방문하는 고객들이 있는 만큼 상담이 늘었다. 하지만 대출 접수 건수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다수였다"고 말했다. 강남, 서초구 대비 송파구는 다소 잠잠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은행들마다 대출조건이 달라 대출모집인을 활용하지 않는 고객들의 내방이 잦아졌다고 분석했다. 대출을 받으려고 준비 중이던 고객들만 하루아침에 달라진 규제에 혼란이 가중된 모습이다.
현재 5대은행의 가계대출 제한 조치는 모두 다르다.
유일하게 주담대와 조건부 전세대출을 막지 않은 하나은행은 이날 서울 지역에 한해 27일부터 '다주택자의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및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의 신규 취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잔금대출을 제외한 '구입 목적물이 서울시에 있는' 1주택 이상 주택 보유자에 대한 주담대의 신규 취급을 중단키로 했다. '보증 목적물이 서울시에 있는'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급도 중단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전 지역 다주택자의 주택구입자금대출 취급을 제한하고 있다. 서울·수도권은 1주택자 주담대 제한을 유지하고 있다. 2주택 이상 보유세대에게는 추가로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조건부 전세자금대출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도 전 지역의 다주택자 주택 구입 관련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1주택자는 조건부로만 허용하고 있다. 전세자금대출도 중단했지만 분양주택 전세대출은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생활안정 목적 주담대 한도를 2억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주담대 만기 기간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했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의 다주택자 주담대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은 취급하지 않고 있다.
농협은행은 다주택자에 대한 수도권 주담대를 중단한 상태다. 21일부터 임대인의 소유권 이전, 선순위 근저당 감액·말소, 신탁등기 말소 등 조건과 동시에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SC제일은행도 오는 26일부터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게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를 내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임차반환자금, 타 은행 대환대출, 추가 대출도 제한된다.
이같은 조치는 다른 은행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1분기 가계대출 증가세가 관리 목표를 넘어가는 은행 등 금융회사에 대해 개별 경영진 면담을 진행한다고 밝힌 것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1분기 자체 가계대출 관리목표를 초과하는 금융회사에는 개별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초과 원인을 점검하고 관리계획 준수 등을 유도할 것"이라며 "다주택자의 주택구입·갭투자 등 투기적 요소가 차단될 수 있도록 금융회사의 자율관리 조치 강화 등을 지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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