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13%, 소득대체율 43%
국민연금 도입 후 세번째 개혁
5천만원 더내고 2천만원 더받아
구조개혁은 특위서 이제 시작
여야가 18년 만에 국민연금 개혁에 합의하고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보험료율은 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기존 40%에서 43%로 높아진다. 개정 국민연금은 내년부터 시행된다. 보험료율은 내년부터 해마다 0.5%포인트씩 8년간 인상된다.
여야 막판 이견이 있었던 군복무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기간 인정(크레디트)은 현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어난다. 출산 크레디트도 확대된다. 현 둘째부터 자녀 수에 따라 최대 50개월까지 가입기간을 인정하는 데서 첫째와 둘째는 각각 12개월, 셋째부터는 18개월씩 인정하며 상한을 폐지해 다자녀일수록 크레디트가 늘어나도록 했다. 국가가 국민연금의 지급을 보장하는 지급보장도 명문화했다. 보험료 지원대상을 저소득 지역가입자로 확대키로 했다.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된 이후 1998년, 2007년 2차례 개혁했으나 이후 '개혁에 나서면 표 떨어진다'는 계산 속에 여야 모두 소극적 자세로 임하면서 논의가 표류돼왔다. 결국 연금 지속성 우려가 고조되고 청년세대의 부담이 사회문제로 대두하면서 18년 만에 합의에 이르게 됐다.
이날 합의한 개혁은 '더 내고 더 받는' 내용을 담은 모수개혁이 골자다. 국민연금가입자 평균소득월액 309만원의 직장인 기준으로 월보험료는 9%의 절반(절반은 기업 부담)인 13만9050원에서 13%의 절반인 20만850원으로 인상된다. 전 생애로 보면 5000만원 더 내고 2000만원 더 받게 된다.
이번 개혁으로 국민연금 기금은 보다 안정될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불안하다. 13% 보험료율이 수지균형을 위해 필요한 21.3%에는 크게 못미치기 때문이다.
예상 적자 전환 시기가 2041년에서 2048년으로 7년 늦춰지고, 기금 고갈시기는 기존 2056년에서 2064년으로 8년 미뤄져 일단 시간은 벌었다.
늘어나게 될 기업 보험료도 부담이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이 부담해야 할 보험료 부담이 11조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이를 완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구조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여전히 합의해 처리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하다. 연금 수령연령 조정, 기초·퇴직 연금 등과의 관계 설정 등 구조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이를 위해 여야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구조개혁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연금개혁특위는 국민의힘 6명, 더불어민주당 6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총 13명의 위원을 정수로 하고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했다. 활동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하고 필요시 연장하기로 했다. 특위에 법률안 심사권을 부여하고 안건은 여야가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여야가 기 싸움을 벌이는 대신 양보와 타협을 반복한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지난 14일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정부가 주장해온 소득대체율 43%를 수용하면서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 시 '합의 처리' 의무화 등을 두고 이견이 재부각됐으나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차원에서 양당 간사가 단일안을 도출하면서 다시 속도를 내게 됐다.
특히 이번 연금개혁 합의는 탄핵 정국에서 정치적 갈등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아오던 여야가 한 발씩 물러나 민생을 챙겼다는 점에서 '모처럼 제일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남은 과제는 연금개혁특위에서 구조개혁을 원만히 처리해 국민연금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담보하는 일이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국민연금 개혁안에 합의한 뒤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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