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0일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선고보다 앞서 진행하기로 확정하면서 여야의 반응이 엇갈렸다. 줄곧 한 총리에 대한 빠른 선고를 주문했던 여당은 환영의 뜻을 내비쳤지만, 야당은 헌재가 '선입선출'의 원칙을 어겼다고 비판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선고를 촉구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당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헌재의 한 총리 선고기일 결정에 대해 "예상과 달리 선고기일이 빨리 잡혔는데 잘 됐다고 본다"며 "한 총리 탄핵소추 이유 등을 생각하면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서지영 원내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한 총리의 탄핵심판 선고에 대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선고가 되길 바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 원내대변인은 "굉장히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을 민주당이 결정했다고 하는데 그나마 한 총리에 대한 선고가 빠르게 이뤄지는 것이 매우 다행"이라고 말했다.
앞서 권성동 원내대표는 헌재의 발표가 있기 전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또다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두고 탄핵·고발 협박을 하고 있다"며 "헌재가 진즉에 내렸어야 할 한덕수 대행 탄핵 의결정족수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탄핵 심판 선고를 하염없이 늦추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최상목 대행에 대한 탄핵이 추진되기 이전에 지금이라도 당장 한덕수 대행에 대한 탄핵 심판 결과를 선고해서, 국정 혼란을 해소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내고 "한 총리 탄핵소추에 대한 선고기일이 윤석열에 대한 선고기일보다 먼저 잡힌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헌재는 박성재 법무부장관까지는 선입선출의 원칙을 지켜왔다. 그런데 왜 선입선출을 어기고 윤석열보다 먼저 한덕수에 대해 선고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이러니 헌재가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정치적 주장에 흔들리고 있다는 국민적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그는 "헌재가 윤석열에 대해서 선입선출의 원칙을 어그러뜨린 것은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며 "헌정질서 수호의 막중한 책무를 진 헌재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 데 대해서 강한 유감을 표하며, 윤석열에 대한 선고기일을 지체 없이 결정해 파면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5차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