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허용기준 한시적 완화
건전성 지표 4등급이하도 포함
OK금융, 페퍼은행 인수 관심
우량 매물 놓고 본격 시장 재편
건전성 지표 4등급이하도 포함
OK금융, 페퍼은행 인수 관심
우량 매물 놓고 본격 시장 재편
정부가 2년여 만에 저축은행업계의 엄격한 인수·합병(M&A) 규제를 완화하는 카드를 꺼냈다. 업계 10위인 상상인저축은행이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등 자산 규모가 조 단위의 대형사도 흔들리자 내놓은 대책이다. M&A 문턱이 낮아지면서 취약한 저축은행 시장 재편이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저축은행업권 간담회에서 '저축은행 역할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저축은행업권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M&A 기준을 2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고 밝혔다.
우선 M&A를 허용하는 부실 저축은행의 기준을 넓힌다.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오르지 않더라도 최근 2년 이내 건전성 지표가 4등급 이하로 떨어진 곳도 M&A 대상에 포함했다. 또 현행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9%(자산 1조원 이상 시 10%)에서 11%(자산 1조원 이상 시 12%)까지 확대한다.
금융위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저축은행의 기준도 손보기로 했다.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1000만원 벌금형 이상에 상당하는 형사처벌을 받는 등 대주주 결격사유 발생으로 주식처분명령이 예상될 때도 포함한다.
덩치가 큰 금융지주사를 유인할 방안도 마련했다. 저축은행법상 정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면제하기로 했다. 금융지주회사가 금융지주사법상 저축은행 인수 시 대주주 심사가 면제되는 점 등을 반영한 것이다.
이번 규제 완화 조치는 2년여 만에 이뤄졌다. 앞서 지난 2011~2014년 저축은행 사태로 인한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무분별한 대형화 등을 방지하기 위해 2017년 저축은행 간 엄격한 M&A 기준을 마련했다. 이후 지난 2023년 7월 M&A 인가 기준을 일부 완화했다. 비수도권과 부실(우려) 저축은행 대상으로 영업구역 4개까지 확대하는 등의 M&A 방안을 허용했다. 하지만 실제 M&A 성사 건은 없었다.
업계에서는 M&A 규제가 풀리면 향후 2년간 규모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본다. 79곳 저축은행 중 수도권 중소형사뿐 아니라, 정기시정조치 유예 조치를 받은 페퍼저축은행 등 대형사도 포함될 수 있다. 이번 금융지주사 유인책으로 우리금융지주도 나설 수 있다. 현재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증권사에 이어 동양·ABL생명보험사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추가로 저축은행에도 관심을 보일 수 있다.
저축은행 M&A 시장이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OK금융그룹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OK금융은 OK저축은행의 외형 확장에 나서며 페퍼저축은행 실사도 추진하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과는 막판 매각가 등을 두고 협상하면서, 페퍼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잠재적 매물은 쌓이고 있지만 인수의향자들은 대체로 서울을 포함한 경기·인천 수도권 지역에서 영업이 가능한 저축은행을 선호한다"며 "이번 정부의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M&A 허용 가능한 곳에 우량 매물도 다수 포함될 수 있어 시장이 뜨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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