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一觸卽發 <일촉즉발>](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2102102369061001[1].jpg "[古典여담] 一觸卽發 <일촉즉발>")
한 일, 닿을 촉, 곧 즉, 필 발. 한 번 건드리기만 해도 바로 터질 듯한 상태라는 의미다. 매우 위태롭고 긴장된 상황을 가리킨다. 원래의 뜻은 '화살을 활시위에 걸고, 팽팽하게 당겨 쏠 준비를 하는 상태'를 말한다. '여리박빙'(如履薄氷; 얇은 얼음을 밟듯이 아슬아슬하다), '풍전등화'(風前燈火; 바람 앞의 등불), '백척간두'(百尺竿頭;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섬), '초미지급'(焦眉之急; 눈썹이 타들어 갈 정도로 매우 위급함) 등이 같은 맥락의 사자성어다. 서양에는 'sitting on a powder keg'가 있다. 화약통 위에 앉아 있다는 뜻이다.
일촉즉발은 특정한 단일 문헌에서 직접 기원한 것이 아니라, 후대에 정리된 표현이다. 전쟁이나 외교적 긴장 상태, 왕조의 존망이 걸린 정치적 위기 등을 묘사하는 데 주로 쓰인다. 사기(史記),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등 중국의 역사서에선 국가 간 전쟁 등 극도의 긴장감이 흐르는 결정적인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 '일촉즉발'이란 용어를 자주 활용했다.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 표현은 여전히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시대와 환경이 변했어도 전쟁뿐만 아니라 경제적 위기, 정치적 격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사회적 긴장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여야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 사이에서도 의견 대립이 심화되면서 국론 분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치 심리적 내전 상태에 가까워 보인다. 한마디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대한민국이 큰 변곡점에 서 있다. 위기를 극복하고 갈등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자중하고 차분하게 헌재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여야 한다. 승복 안 하면 공멸한다. 승복의 자세로 공동체를 지켜야 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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