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관투자자(LP) 중 하나인 원자력환경공단이 MBK파트너스(이하 MBK)의 6호 블라인드 펀드 출자와 관련해 "적대적 M&A 투자 건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고려아연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산하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이하 방폐기금)은 최근 MBK 6호 블라인드 펀드로 250억원 출자를 확정하면서 "적대적 M&A 투자 건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폐기금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방사성폐기물 관리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조성한 기금이다.
이번 결정에는 MBK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결정적 배경이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자 국내에서 안티모니·인듐 등의 희소금속을 유일하게 생산하는 업체다. 최근에는 미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희소금속 수출 통제를 결정해 중요성이 부각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MBK가 최대주주로 있는 홈플러스가 돌연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며, 고려아연이 제2의 홈플러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기관투자자들이 '선 긋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달 MBK 6호 블라인드 펀드에 약 3000억원 출자를 확정하며 '적대적 M&A 투자 미참여'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시킨 바 있다. 여기에 펀드 정관에 '적대적 M&A'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특별조항 삽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고려아연 사례처럼 공개매수 대상 회사의 이사회가 '반대' 의견을 내면, 이를 적대적 M&A로 간주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지난해에는 과학기술인공제회와 노란우산공제회가 진행한 대형 출자사업 위탁운용사(GP) 모집에 MBK를 배제한 바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원자력환경공단의 결정은 지난달 국민연금에 이어 두 번째 사례"라며 "MBK가 올해 1분기로 예정하고 있던 6호펀드 3차 클로징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강성두(왼쪽부터) 영풍 사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작년 9월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장우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