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만 1000만원…인센티브 중단에 수수료 인하로 적자 지속
임차료 저렴한 곳으로 이전하거나 규모 축소도 고려
생태계 교란 메가딜러 등장…"백화점과 동네마트 싸움"
임차료 저렴한 곳으로 이전하거나 규모 축소도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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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문 닫는 것도 돈 들어요"…진퇴양난에 빠진 KGM 대리점](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2302109932091004[1].jpg "[르포] \"문 닫는 것도 돈 들어요\"…진퇴양난에 빠진 KGM 대리점")
기다린 지 4시간이 지나자 겨우 부부로 보이는 손님이 찾아왔지만, 제품 안내서만 받고 금방 발길을 돌렸다. 계약은 둘째 치더라도 대리점에 아예 손님의 발길이 끊긴 것은 예사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내수 시장이 위축되면서 KGM뿐 아니라 여러 브랜드 대리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해도 모자랄 판에, 본사와 점주들은 제살 깎아먹기 식 신경전만 이어가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7~8㎞ 떨어진 다른 매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KGM 대리점 점주들로 구성된 대리점 협의회에 따르면 2022년 189개였던 대리점은 현재 144개로 줄어들었으며, 신용 문제로 인해 재계약이 어려운 대리점도 발생하고 있다.
A씨가 밝힌 운영이 어려워진 이유는 인센티브 폐지와 임차료 지원 중단이었다. 쌍용자동차 시절 회사는 대리점과 영업사원에게 판매 인센티브를 지급해왔다. 통상 자동차 브랜드들은 판매 활성화를 위해 잘 안 팔리는 모델이 판매되면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협의회 관계자는 "상생협약 체결 때는 지역별로 인센티브를 동일하게 지급하다고 해놓고선 인센티브 지급 자체를 없애버렸다"고 설명했다.
주요 수입원이 줄어든 상황이지만 임차료 지원마저 중단됐다. 대리점 보호를 위해 임차료를 일정 비율 대신 내주는 관행이 있었지만 대리점 운영 지원을 축소하면서 올해부턴 임차료 지원이 중단된 것이다. KGM은 작년까지 판매구간별로 임차료를 최대 90% 지원했다.
A씨는 "월세만 1000만원 가까이 되는데 이마저 낼 돈이 없어 두 개 층을 사용하던 걸 정리하고 한 개 층만 사용하기로 했다. 다른 대리점들도 임차료가 더 저렴한 곳으로 이전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것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리점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회사가 협의 없이 판매 수수료를 인하하고, 온라인 판매를 강요하면서 대리점을 유지하는 게 어려워졌으나 그만 두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곳의 점주 B씨는 "코로나 때 대출을 받은 대리점이 많았는데 사업자를 포기하면 일시상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두지도 못하고 있다"며 "타 브랜드의 경우 사업을 정리하는 대리점에 1억~2억원을 지원해 주는데 KGM은 아무런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고 울분을 토했다.
인센티브가 폐지되고, 수수료가 줄면서 대리점이 얻는 수익은 대당 30만~60만원 정도다. B씨의 대리점은 지난달 7대를 팔았다. 판매로 회사에서 받은 돈은 350만원 수준인데 1000만원을 상회하는 임대료와 직원들 월급을 계산하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온라인 판매라는 허수도 존재했다. KGM은 토레스 EVX를 출시하면서 온라인 판매를 도입했다. 회사가 책정한 온라인 판매 수수료는 2%다. 오프라인 판매 수수료가 3.8~5.5%인 것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수치라고 점주들은 입을 모았다. 이에 온라인 판매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회사가 이를 강제했다고 전했다.
B씨는 "온라인 판매 수수료는 훨씬 적은 데 온라인 계약을 하지 않으면 전시차를 배정하지 않는 등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대리점 분량까지 온라인에서 가져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대리점에는 KGM이 작년에 출시한 액티언이 전시돼 있었다. 그는 온라인 판매 계약에 동의하지 않았으면 전시차를 배정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대리점을 방문한 고객들은 전시차를 직접 보고 탑승하며 상담을 받는다. 전시차가 없으면 고객과의 상담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우며, KGM 홈페이지에도 전시차를 볼 수 있는 대리점이 명확히 기재돼 있어 고객의 발걸음이 끊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르포] "문 닫는 것도 돈 들어요"…진퇴양난에 빠진 KGM 대리점](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2302109932091004[2].jpg "[르포] \"문 닫는 것도 돈 들어요\"…진퇴양난에 빠진 KGM 대리점")
최근 완성차 업체에서 브랜드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복합 전시장을 세우는 추세지만, KGM이 운영하는 방식은 남달랐다. 타 브랜드에서는 직영점으로 운영하는 것과 달리 KGM은 시승 전문 기업 라이드(RIDE)와 계약을 체결해 운영을 위탁했다.
하지만 협의회는 회사의 이러한 결정이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소속 임직원에게 판매하거나 기업간거래(B2B)로 판매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자동차 판매는 대리점만 할 수 있기로 판매계약서를 체결했다는 것이다.
수도권 대리점 점주 C씨는 "메가딜러(라이드)는 우리와 판매 조건도 다르고 온라인 판매까지 병행하고 있다. 전시, 판매, 시승, 정비를 다 할 수 있는 곳과 경쟁하는 건 백화점과 동네 마트 간의 싸움과 같다"고 하소연했다.
점주들은 회사의 지원 중단과 일방적인 통보에 분노하며 회사가 대리점과의 소통 창구를 열어야 한다는 점에서 입을 모았다. 협의회 관계자는 "대리점과 소통하는 중간다리인 지역본부를 올 초에 없애버리며 귀를 닫았다. 회사의 이간질 전략으로 협의회가 둘로 쪼개지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지만, 기본적으로 전국에 있는 점주들의 요구사항은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리점 협의회인 신발전협의회 소속 점주는 "기존 대리점 협의회를 회사에서 만나 주지 않자 협상 테이블에라도 앉기 위해 신발전협의회가 생겼다. 그나마 박경준 국내사업본부장과 만남은 진행되고 있지만 매번 말을 바꾸며 전혀 결실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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