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23일 최근 통과된 국민연금 개혁안과 관련해 "연금을 더 받는 86세대는 꿀을 빨고, 올라간 돈을 수십 년 동안 내야 연금을 받는 청년세대는 독박을 쓰는 안"이라며 "(대통령) 거부권은 이럴 때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통과된 국민연금법이 '더 내고 더 받는 방향'으로 개정되면서, 더 받을 일만 남은 86세대에게는 추가 혜택이나 마찬가지인 반면 젊은 세대에게는 더 받아간 86세대의 몫까지 일방적으로 부담이 전가됐다는 것이다. 원점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한 전 대표의 설명이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18년 만에 어렵게 합의했으니 청년세대가 독박쓰고 넘어가야 합니까. 18년간 못한 것, 18년 3개월 만에 제대로 하면 안 되느냐"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 전 대표는 "국민연금법을 고치는 목적은 아주 단순하다. 저출산 고령화로 돈을 낼 청년세대는 줄어들고 돈을 받을 노년층이 늘어나니 지금보다 돈을 더 내야 국민연금이 파탄 나지 않는다"라면서 "그러니 '내는 돈(보험요율)'을 늘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구구조 변화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우리가 적응해야 할 현실이니 반대하기 어렵다"면서도 "단, 고통을 '공평하게' 분담하기만 한다면"이라고 했다.
국민연금은 개혁안을 내지 않을 시 2064년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지난 17일, 18년 만에 연금 개혁안에 여야가 합의를 이루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보험료율을 기존 9%에서 13%로 올리는 한편 소득대체율(받는 돈) 또한 기존 40%에서 43%로 올리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반대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한 전 대표는 "이번에 통과된 안은 심지어 '내는 돈'은 8년간 천천히, '받는 돈'은 즉시 올렸다. 돈이 부족해서 개정하는 거라는 원래 목적을 생각해보면, 더 받게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라면서 "만약 '받는 돈'을 그대로 뒀다면 '내는 돈'을 덜 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개정안대로면, 바로 연금을 더 받는(대상인) 86세대는 꿀을 빨고, 올라간 돈을 수십 년 동안 내야 연금을 받는 청년세대는 독박을 쓰는 것"이라면서 "고통 분담을 해야 하는 이 와중에도 86세대는 고통 대신 이익을 받고, 그걸 위해 청년세대가 더 고통받게 된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86세대는 청년세대에 비해 이미 충분히 꿀 빨지 않았느냐. 연금에서까지 그래야 하느냐"라며 "청년세대에 미안하지도 않느냐"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이렇게 청년세대에 독박씌우는 개정을 해놓고, '모처럼 국회와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칭찬받을 일을 해냈다'고 자화자찬하기 바쁜 이재명 대표는 부끄럽지 않느냐"라면서 "이런 엉터리 자화자찬에 부화뇌동해서 '청년들이 반대한다고 덩달아 반대한다, 뭘 알고 그런 말을 하는지 안타깝다'는 홍준표 시장이야말로 안타깝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청년세대를 향해 청년세대가 이해 못 할 대단한 무슨 깊은 뜻이 있는 것처럼 가르치려 들지만, 단언컨대 그런 깊은 뜻은 없다"면서 "구조개혁 논의도 지금의 혼미한 정치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짚었다. 모수 개혁 과정에서 주요 지지층을 이미 만족시킨 민주당이 추가적인 구조개혁에 제대로 임할 턱이 없다는 주장이다.임재섭기자 yjs@dt.co.kr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18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경하홀에서 '개헌, 시대를 바꾸자'를 주제로 한 청년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