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별 주택 대출 조건 제각각
전세대출 만기·한도도 차이 커
금융당국 정책 일관성 '도마위'
전세대출 만기·한도도 차이 커
금융당국 정책 일관성 '도마위'
정부의 오락가락 대출 정책에 금융 소비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은행 대출이 하루아침에 막히는 등 주택 관련 대출 조건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금융당국 수장들까지 나서서 "대출금리를 낮출 때가 됐다"며 은행권을 압박했지만 이젠 "운용의 묘를 살리라"며 모호한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낮춘지 석 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조이기에 나서자 시장은 대혼란을 겪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금융당국 주재 '가계부채 점검 회의'에서 당국 관계자들은 은행권 참석자들에게 서울 강남 3구 등 주요 지역의 주택거래 건수와 가격 상승 현상이 포착되는 만큼 '매수심리 확산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당분간 가계대출 가산금리 인하 요청은 없을 것"이라고도 전했다. 이런 발언은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 인하 압박과 상충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메시지가 표면적으로는 가계대출을 풀지 조일지 각 은행이 알아서 자율적으로 판단하라는 뜻일 수 있지만, 은행들은 대체로 당국이 일시적으로라도 대출을 억제하길 바라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은행들의 대출 규제 관련 세부 조건은 모두 다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제각각 규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29일부터 전 지역에서 다주택자의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막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선 1주택자까지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10일부터 무주택자에게만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허용했다. 올해 2월 14일부터는 기존 주택을 2년 내 처분하도록 조건을 완화했다. 그동안 대출을 제한하지 않던 하나은행은 오는 27일부터 서울시 1주택 이상 보유 세대의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의 유주택자 추가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9월 6일부터 서울과 수도권에서 2주택 이상 보유 세대의 주택구입자금 취급을 제한했다.
전세자금대출 조건도 은행별로 제각각이다. 대출 만기나 한도 역시 은행별로 차이가 크다. 기존 보유 주택이 몇 채인지, 어느 지역 주택을 새로 구매하는지 등에 따라 은행별로 대출 가능 여부와 한도가 천차만별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해초 시장금리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이미 대출금리도 하락하는 추세였지만 한 달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당국은 추가 인하를 독촉했다"며 "갑작스러운 서울시의 토허제 완화 결정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가계대출을 관리하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일관성부터 복원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대출 규제 강화로 단순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자는 물론 상급지로 주거 이전을 계획했던 잠재적 실수요자들까지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집값이 단기 하락하는 지역에선 계약 파기도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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