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봉을 모두 회사 주식 매입에 쏟아부으며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 폭탄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약 3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수하기로 했다.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이사와 안병철 전략부문 사장도 유상증자에 따른 우리사주 매입과 별도로 각각 9억원, 8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인다. 매입 금액은 각각의 지난해 연봉 수준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고 경영진들의 주식 매수가 책임경영 실천과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주식을 매수할 계획이다. 또 다른 임원들도 자율적으로 지분 매수에 참여한다.
다만 지난 20일 유상증자 발표 이후 떨어진 주가와 투자자들의 반발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95만500주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모집가액은 60만5000원, 총 금액은 3조6000억5250만원이다. 우리사주에 20%를 배정하고, 나머지 80%는 구주주에게 1주당 0.1047011530주를 배정한다. 1조2000억원은 시설자금으로, 2조4000억원은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공시 이후 시간외 거래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폭락했다. 72만2000원에 마감한 주식은 시간외 거래에서 10% 하락했고, 다음 날 62만8000원까지 수직 하락했다.
유상증자 모집가액이 이날 주가와 비교해 낮고, 전체 주식 수가 늘어나는 만큼 향후 주식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로 풀이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최대 주주인 한화 그룹 주식도 지분가치 하락 우려에 4만7500원에서 4만1550원까지 급락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차입이나 금융 부채가 아닌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이 주가 하락을 노린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며 그간 '트럼프 수혜'에 강세를 보이던 주가가 일시에 꺾였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조원이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현재 수주 잔고를 고려하면 향후 영업이익이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높아진 주가에 찬물을 부은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만 3조원에 육박한다.
다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를 선택한 이유가 해외 경쟁사들과의 수주전에서 주요 평가 요소인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채비율은 281.34%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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