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욱 칼럼] 국가 명운 걸린 한 주

입력: 2025-03-23 14:30 권순욱 기자

폰트

한덕수와 윤석열에 협공 당하는 이재명
한 총리 탄핵 기각 되면 입지 더욱 약화
숨죽인 비명계, 26일 후 총공세 예상 돼
이재명 사는 길은 무죄 선고 밖에 없어

대한민국 정치 지형을 뒤흔드는 한 주가 시작됐다. 그야말로 슈퍼위크다. 24일 오전 10시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심판 사건, 이어 26일 오후 2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선고가 열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 선고가 28일 열릴지 불확실하지만 3월말 혹은 4월초에 선고가 있다는 건 분명해보인다. 재판 순서를 보면 이 대표가 한 대행과 윤 대통령 사이에 끼여 협공을 당하는 모양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다.

무엇보다 큰 변수는 윤 대통령 탄핵사건 선고가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보다 뒤로 밀린 상황이다. 당초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이 먼저 선고돼 조기대선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대표는 선거법 항소심 변수가 있지만 조기대선이 시작되면 당내 비명계의 공세를 차단하며 대세론을 만들어 갈 요량이었다. 항소심에 앞서 경선이 시작되면 비명계의 공세도 여의치 않았을터다. 그 시간표가 뒤바뀌면서 이 대표와 비명계의 입지도 뒤바뀌어버렸다.

당장 한 대행 탄핵사건의 경우 각하나 기각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추진했던 줄탄핵이 줄기각되는 상황이 계속되는 셈이다. 부실한 탄핵, 적법하지만 부적절한 국정마비용 정략적 탄핵이라는 비판 여론에 직면하게 된다. 여기에 이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형(1심 징역1년 집행유예2년)을 받게 되면 압도적 1강을 달리는 대선 구도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의 사법리스크가 확정되기 전에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돼 대선이 시작되면 비명계 공세를 차단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민주당 내 비명계는 완전국민경선 100%, 차기 대통령 임기 3년으로 단축하는 개헌으로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지만 사법리스크에 비하면 위협적인 카드는 아니라는 평가다.

상황이 바뀌었다. 만약 이 대표가 26일 선고에서 당선무효형을 받게 되면 비명계의 총공세가 예상된다.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으면 공직을 박탈당할 가능성이 있는 대선 후보를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당위론이 힘을 얻게 된다. 최근 비명계가 말을 줄이고 26일을 기다리며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는 이유다.

무엇보다 2심 선고 후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주어진 시간은 최장 3개월이다. 3월 26일을 기산점으로 하면 6월 26일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는 3월말이나 4월초가 예상된다. 만약 인용된다면 대선은 5월말이나 6월초가 된다. 당초 전망대로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이 14일에 인용으로 선고됐다면 조기 대선은 5월 14일. 이 대표가 항소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아도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49일에 불과해 당안팎의 비판 여론을 대충 뭉개고 가기에 충분했다. 그 시간 간격이 무려 15일이나 늘어나 최소 65일이다. 사법리스크에 대한 비판을 뭉개고 가기엔 너무 긴 시간이다.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관망층도 최근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대표 지지율보다 높게 나오기도 한다. 정치판이 크게 흔들릴 조짐이다. 격동의 한 주. 이 대표가 정치적으로 살 길은 무죄 선고밖에 없다.

권순욱기자 kwonsw8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