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수 민주당 의원 '앱마켓 수수료 갑질 금지법'
수수료 차이 없는 등 우회 꼼수…사실상 무력화
처벌 수위 낮고 방통위 파행에 과징금 부과 미뤄져
"다양한 결제 방식 보장해 합리적 가격 경쟁 유도"
국회의 입법 기능은 국민의 삶과 직결됩니다. 좋은 법은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지만 반대의 경우 불편함과 불이익을 초래합니다. 이는 국회의원이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법안을 발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법안들 중 내 삶과 가족, 일터와 사회에 의미가 있거나 울림을 주는 법안을 선별해 소개하고 그 필요성과 의의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편집자주]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원실 제공]
우리나라는 2021년 8월 세계 최초로 앱 마켓 사업자의 인앱 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제정했다. 하지만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는 구글과 애플의 인앱 결제 갑질을 둘러싼 불만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구글과 애플이 각종 수수료 정책을 활용하는 등 법망을 우회하는 꼼수를 쓰는 데다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마저도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2인 체제로 파행을 이어가며 적정한 과징금을 제때 부과하지 못하면서다.
그간 구글 갑질 방지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구글 갑질 방지법은 앱 마켓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법안 내용이 추상적이고 처벌 수위도 낮아 시행 이후에도 두 사업자의 지배력 남용 행위는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구글과 애플은 제3자 결제를 허용하기는 했으나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각각 26~27%로 거의 차이 없도록 만들어 법안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특히 구글은 2022년 4월 게임 앱에만 적용하던 수수료 정책을 디지털 서비스 앱으로 확대 적용했고 이로 인해 음악, 도서,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의 국내 소비자 가격은 상승세를 그렸다. 카카오톡이 이모티콘을 판매하며 아웃링크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최신 버전 업데이트를 거절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애플은 2023년 1월까지 국내 앱 개발사에게만 부가세가 포함된 가격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해 국내 앱 시장에만 차별적이고 부당한 대우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방통위는 2023년 10월 구글과 애플의 차별적 수수료 부과·특정 결제 방식 강제 등을 문제 삼으며 각각 475억원, 20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나 2인 체제 파행으로 의결하지는 못한 상태다.
하지만 구글과 애플이 처벌 수위가 높은 미국, 유럽연합(EU)과 달리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에 '나 몰라라'식 대응 기조를 유지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방통위가 실제 처분을 내리더라도 이를 받아들이지는 미지수다.
해외 주요국은 대형 앱 마켓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을 제한하는 법을 효과적으로 제정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모바일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 법원은 지난해 10월 구글과 게임사 에픽게임즈 간 반독점 소송에서 인앱 결제 수수료 정책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시하며 다른 결제 방식도 허용할 것을 명령했다. EU의 경우 지난해 3월 디지털 시장법(DMA)을 도입하고 인앱 결제 강제 시 수십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에 나섰다. 이에 애플은 앱스토어 수수료를 30%에서 15% 수준으로 낮추고 아웃링크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통상 압박은 한층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구글과 애플은 앱 마켓 시장에서 점유율 합계가 90%를 넘을 정도로 절대적인 강자다. 시장 상황을 더욱 면밀하고 세심히 분석해 국내 콘텐츠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글과 애플이 인앱 결제를 강제할 수 없도록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큰 틀에서 보면 2021년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구글 갑질 방지법'과 목적은 똑같다. 다만 법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앱 마켓 사업자가 자사 결제 방식 외에 다른 결제 방식을 이용자가 알기 쉽게 유도·안내·홍보 등을 포함해 표시 또는 고지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앱 마켓 사업자가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게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하거나 다른 결제 방식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 또는 금지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콘텐츠 제공 사업자가 앱 마켓 사업자의 위반 행위를 신고하거나 조사에 협조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했다.
한 의원은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폰 구동의 필수 요소인 운영체제(OS)를 독점해 자사 앱 마켓에서만 모바일 콘텐츠를 소비할 수밖에 없는 시장을 형성함으로써 국내 이용자들은 높은 가격으로 모바일 콘텐츠를 이용해왔다"며 "국내에서도 다양한 결제 방식을 보장해 앱 마켓 사업자 간의 가격 경쟁을 유도해 이용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모바일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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