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이런 대통령은 피해야 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2402102369061001[1].jpg "[논설실의 서가] 이런 대통령은 피해야 한다")
최악의 대통령
네이선 밀러 지음 / 김형곤 옮김 / 페이퍼로드 펴냄
리처드 닉슨은 가난한 환경에서도 뛰어난 총명함과 집념으로 변호사가 되었고, 탁월한 토론 실력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매카시즘 열풍을 타고 공산주의자를 저격하면서 전국구 정치 스타로 떠올랐고, 부통령을 거쳐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그는 음모와 권력 남용에 능했다. 정적 제거와 언론 탄압을 위해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등 권력기관을 활용했다가 결국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몰락했다. 그는 헌법을 우롱한 독선적 지도자로 역사에 남아 있다. 앤드루 존슨은 정규 교육 없이 대통령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지만, 가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독선적인 성격을 키웠다. 자신이야말로 가난한 백인들을 지키기 위해 백악관에 진출한 '평민'의 대표라 여긴 그는 국가의 여러 정치적 상황과 사회적 조건을 골고루 고려하지 못했다. 그는 해방노예(흑인 해방민)의 인권을 지지하는 북부주 다수의 의견을 무시했고, 남북전쟁 후 재건 과정에선 공화당과 협력하지 않으면서 인종적 갈등을 심화시켰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1세기 이상 구조적 차별과 억압을 겪어야 했다.
퓰리처상 후보로 다섯 번이나 지명될 만큼 노련한 저널리스트였던 저자는 '대통령으로 활동하며 국가와 국민에게 얼마나 큰 손해를 끼쳤는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인을 이끌었는가'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최악의 대통령들을 선정했다. 대상은 제1대 조지 워싱턴부터 제43대 조지 H.W 부시 대통령까지다. 저자가 선정한 '최악의 10명'은 닉슨과 존슨 외에 지미 카터, 윌리엄 태프트, 벤저민 해리슨, 캘빈 쿨리지, 율리시스 그랜트, 프랭클린 피어스, 제임스 뷰캐넌, 워런 하딩이다. 저자에 따르면 자신감 결여, 불량한 성격, 타협과는 거리가 먼 형편없는 정치력과 무능, 부정직하고 불성실한 태도, 의사소통의 거부, 비전의 부재, 나쁜 도덕성과 인격 등이 바로 최악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자들의 공통점이다. 그중에서도 인격과 도덕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87년 민주화 이후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폭력적 정치가 다시 부활한 오늘날, "이런 대통령 뽑지 맙시다"라는 구호는 여전히 유효하다.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투표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책이 소개하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10인은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막연한 낙관론에 빠진 국민에게는 날카로운 경고가 될 것이다. 무너져가는 정치 현실에 절망하는 국민에겐 작은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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