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87일만 업무 복귀 후 대국민 담화
"안정된 국정 운영, 통상 전쟁에서 국익 확보"
오후 산불 진화 현장 찾아 총력 대응 지시
2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소추 기각 결정 후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미국과의 통상 문제 등 "급한 일부터 추스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대행은 이날 기각 선고 후 바로 정부서울청사로 향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돌아온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각 부처 장관들을 만나 통상·산업 등 주요 현안을 보고 받았다. 그는 대내적으로 최우선 현안인 산불 대응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에 따른 사회 갈등 봉합,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 민감국가 포함 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의 빠른 관계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87일 만에 업무에 복귀한 한 대행은 이날 작심한 듯 대국민 담화를 냈다.
한 대행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안정된 국정 운영에 전력을 다하는 한편 이미 현실로 닥쳐온 통상 전쟁에서 우리나라의 국익을 확보하는 데 모든 지혜와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은 기간에 제가 내릴 모든 판단의 기준을 대한민국 산업과 미래 세대의 이익에 두겠다"고 말했다.
첫 공식 일정으로 한 대행은 산불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보고 받고, 진화 작업을 점검했다.
한 대행은 "오후에 산불 사태로 고통을 받고 계신 분들을 뵐 것"이라며 "사망자의 유족들에게는 직접 손으로 쓴 위로 편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경남 산청 등 영남권 일대에 동시다발적 산불이 발생해 진화 대원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이후, 한 대행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안보 상황을 점검하고, 미국발 통상 압박의 대응책 마련에 집중할 예정이다.
당장, 미국은 오는 4월 2일 국가별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다. 한 대행은 미국의 관세 부과 시 타격이 불가피한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 품목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한 대행이 복귀하는 즉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 간 전화 통화도 예상된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여부도 한 대행이 넘어야 할 산이다.
벌써부터 더불어민주당이 마 후보자의 빠른 임명을 촉구하며 한 대행을 다시 압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야당은 지난해 12월 27일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의 사유로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도 한 대행으로서는 부담이다. 앞으로 한 대행은 여·야·정 국정협의체에 참석해 추경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여야 간 합의 없이 추경 편성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 밖에 국회를 통과한 연금개혁안 및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여사 의혹 상설특검법 대응 등도 한 총리가 직면해야 할 현안들이다.
한 대행은 "대한민국이 지금의 위기 국면을 헤치고, 다시 한번 위와 앞을 향해 도약할 수 있도록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세종=원승일기자 won@dt.co.kr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직무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