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여러분께 너무나도 크나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책임을 통감하며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빠른 시간 안에 (문제를) 해소해 거래가 재개되도록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조치를 이행하겠습니다."
금양이 24일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오른 것에 대해 공식 입장문을 내고 주주들에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지난 21일 오후 5시 44분 '감사의견 거절'을 공시한 이후 첫 영업일에 공개한 입장으로 사과와 함께 상장폐지 사유 해소를 위한 조치를 약속했습니다.
금양이 외부 감사인인 한울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핵심사유는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6341억원이 더 많고 당기순손실이 1329억원에 달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이유입니다.
금양은 이날 투자유치를 통해 자본을 조달해 계속기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상장 폐지를 피하기 위해 계속기업으로의 회생가능성을 입증하고 외부 투자 유치 등의 자본 확충이 구체적으로 실행 가능하다는 점을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입니다.
금양은 사과문을 통해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으며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자본조달을 위한 국내와 해외 투자기관들과는 지금도 지속적으로 협의를 계속해 의미있고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 중으로 최단 시간 내에 투자유치를 완료해 감사인의 의견거절 근거를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올해 사업연도 감사보고서 제출 기간 이전에 자금 조달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총력을 다했지만 감사보고서 제출기간 이전에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확정된 투자 유치를 결국 완료하지 못했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태의 엄중함을 심각히 인식하고 현재 진행 중에 있는 국내와 해외투자 유치 부분의 조직력과 시스템을 강화해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에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금양은 내달 11일까지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의제기 절차를 통해 기업의 존속 가능성과 자구노력을 소명하며 거래 재개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거래소는 과거 투자유치 확정이나 외부감사인의 추가 감사 수용 등 실행 가능한 개선안이 제출된 기업에 한해 상장폐지를 철회한 사례가 있습니다. 금양 역시 향후 이의신청을 통해 구체적인 투자계약 체결 여부, 재무구조 개선안 실행 가능성 등에서 실효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또 금양은 "전반적인 사업구조의 혁신안 마련과 함께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이 포함된 전면 쇄신안을 마련하는 등 재무구조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모든 조치를 신속히 이행할 것입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실제 금양은 이미 전사적인 긴축 경영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최근 교대근무를 하던 현장직 직원들을 전원 주간근무로 전환했습니다. 또 사업부별로 근로자에게 일정 기간 급여 없이 휴가를 주는 무급 휴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임원진은 이번 달을 포함해 2개월 동안의 급여를 받지 않고 업무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고정비 중 가장 큰 비중인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현재 전사적인 희망퇴직도 내부적으로 검토하며 자구책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임직원들의 고통은 본격 시작된 것입니다.
금양의 상장폐지 여부 문제는 임직원의 생계뿐 아니라 약 24만명에 달하는 소액주주의 투자 보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양의 소액주주 수는 24만2305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지분율은 전체의 65.1%에 달합니다. 2023년 5월까지만 해도 3조원을 웃돌던 시가총액은 지난 21일 감사의견 거절 이후 즉각적인 매매거래 정지로 6333억원까지 급락했습니다.
금양이 유상증자를 반복하며 사실상 자금 회수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소위 개미인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끌어들인 뒤 빠져나가려 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됩니다. 재무구조 악화와 잦은 사업계획 변경, 공시와 실제 실행 간 괴리가 누적되며 금융감독원의 제동이 결국 상장폐지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건전한 자본시장 질서'를 명분으로 건 금융당국이 유상증자에 결과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24만여 명의 소액주주가 된 것 같습니다. 상장폐지 절차가 급박하게 진행되며 사실상 손을 쓸 시간조차 없었다는 불만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장폐지 절차 관련해 사전 경고와 공시가 충분했는지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더 큰 문제는 재상장하더라도 기존 소액주주들이 손실을 회복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부족해 결국 상장폐지의 충격은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금융권도 자산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금양은 지난해 말 기준 단기차입금이 2454억원에 달합니다. 단기 차입금 조달처로는 부산은행에서 일반대출과 무역금융 형태로 총 913억원을 조달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일부 차입금은 토지와 공장 시설을 담보로 설정해 약정 위반 시 채권 회수 우선권이 행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시장에서 곡소리가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는 금양의 법정관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산보다 부채가 크고 현금성 자산이 턱없이 부족한 구조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금양의 총부채는 약 7600억원, 현금성 자산은 190억원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시장에 신뢰가 무너진 것이 근본적 문제입니다. 아무리 재무 구조가 안 좋아도 시장에 신뢰가 있으면 투자자는 붙기 마련입니다. 지금의 금양은 사업 초기 기업에 무조건적인 리스크를 감수하고 자금을 넣어주는 엔젤 투자자가 필요할 정도로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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