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혁수 LG이노텍 대표가 주력인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 사업 실적 부진을 극복할 돌파구로 반도체 기판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발 관세 우려에 대해서는 "일부 제품은 멕시코가 아닌 국내에서 생산하는 등 자체 공급 사이트를 활용해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문 대표는 24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구상을 밝혔다.
문 대표는 스마트폰용 광학 솔루션 비중을 낮추는 등의 사업 다각화 방안을 묻는 질문에 "모바일은 1년 단위로 새 제품이 나오지만 반도체·차량용 전장(전자장비) 등 영역은 호흡이 훨씬 길다"며 "현재도 수주는 연 4조~5조원씩 하고 있지만, 실적에 반영되는 데 시간 지연이 있다 보니 가시적인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LG이노텍 매출의 80%는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광학솔루션 부문에서 나왔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수익성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또 애플이 아이폰 성능 개선 방향을 하드웨어가 아닌 인공지능(AI)에서 찾으면서 LG이노텍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문 대표는 이에 대한 돌파구로 반도체 기판을 제시했다. LG이노텍은 PC용 고성능 패키지 기판(FC-BGA)을 최초 양산한 데 이어 내년부터 서버용 제품도 양산한다는 구상이다.
또 오는 2027년부터는 신사업인 유리기판 양산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문 대표는 "현재 글로벌 빅테크 2곳과 협업해 PC용 패키지 기판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며 "고부가인 서버용 기판 인증도 진행 중에 있으며, 내년부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유리기판용 장비들은 올해 10월 입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표는 미국발 관세 대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미 정부는 다음 달 2일부터 멕시코 등을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LG이노텍은 오는 7월 멕시코 공장을 준공하고, 10월부터 제품 양산을 시작한다.
문 대표는 "멕시코 공장에서 양산할 제품 관세는 고객사가 부담하지만, 영향이 부품사에도 전이될 수 있어 눈여겨 보고 있다"며 "고객사로부터 일부 제품은 한국에서 생산할 수 없겠냐는 제안이 있었고, 자체 생산 사이트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전했다.
또 기존 카메라 모듈 사업에 대해서는 중국 업체와의 기술격차가 좁아졌음을 인정했다. 그는 "중국과 격차가 있는 고부가 제품은 경북 구미 공장에서 생산하고, 구형(레거시) 제품은 베트남 공장으로 거점을 옮겨 가격경쟁력을 확보해가겠다"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가 24일 서울 강서구 LG마곡사이언스파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