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보호무역에 시장침체
상용근로자 임금 4년새 18.9%↑
비용부담에 신규채용 규모 줄여
기아노조선 체불임금 지급소송
상용근로자 임금 4년새 18.9%↑
비용부담에 신규채용 규모 줄여
기아노조선 체불임금 지급소송
높은 인건비로 인한 고정비 지출 부담으로 인해 국내에 공장을 둔 완성차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에 보호무역에 따른 자동차 시장의 침체로 완성차 시장에 먹구름이 낀 와중에 일자리를 지키려는 노동계의 입김은 한층 더 세지고 있어서다.
그나마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인력 구조조정과 생산성이 낮은 공장을 폐쇄하는 등 자구책을 시도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경직된 노동법과 정치권의 압력으로 그 조차 쉽지 않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 GM, 스텔란티스, 닛산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잇따라 구조조정이나 공장 폐쇄 등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에 더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으로 판매량이 줄며 수익성이 급감함에 따른 조치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격변기를 맞이했다. 오랜 기술과 숙련된 노동자가 필요했던 내연기관차 개발과 달리, 전기차는 차체를 그대로 찍어내는 등 신공법 도입과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수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그만큼 적은 노동력으로도 높은 효율성을 가져갈 수 있다. 구조조정과 공장 폐쇄를 단행한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시설을 정비하면서 이전보다 적은 인력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수익성 향상이 절실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례적으로 현대자동차·기아가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 믹스 개선과 유연 생산 등으로 높은 수익성을 가져가고 있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국내 생산시설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높은 인건비와 노조 리스크로 인해 국내 생산을 늘리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간한 '2024년 사업체 임금인상 특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상용근로자 연 임금총액은 5244만원으로 2020년 대비 18.9% 뛰었다. 전 업종 평균 인상률인 16.5%를 상회하는 수치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코로나19를 지나며 호황기에 접어들어 임금이 크게 늘었다. 현대차 노사는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기본급 4.3% 인상(9만8000원), 2023년 4.8% 인상(11만1000원), 2024년 4.65% 인상(11만2000원)을 합의했다.
이에 완성차 업계는 구조조정 대신 생산직의 자연 감소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생산직 고령화로 인해 정년퇴직자가 늘었지만 신규채용 규모는 줄이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국내 생산 규모는 일정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이를 위해선 생산성 향상을 위한 불필요한 출혈 경쟁을 멈추고 노사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2024년 세계 자동차 생산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2024년 글로벌 생산 7위로 하락한데 이어, 올해도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의 관세 부과 위협, 중국 브랜드들의 글로벌 침투율 확대 등 대내외적인 도전과제들로 국내 산업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급변하는 경영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글로벌 톱 10 생산국 순위에서 도태될 우려가 있기에 노사는 위기의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의 범위가 넓어지며 기업의 인건비 상승 부담이 커지며 임단협도 길어질 전망이다.
이미 기아 노조 조합원 1만8000여명은 최근 사측을 상대로 누락 통상 체불임금을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차 노조 역시 통상임금 권리 쟁취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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