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지역을 덮친 대형산불이 나흘째 이어지면서 산림 및 소방 당국이 진화에 전력투구하고 있으나 건조한 대기와 강풍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4일 오전 현재 경남 산청 산불의 진화율은 65%, 경북 의성 역시 65%에 그치고 있다. 경북 의성 산불은 이날 이웃한 안동까지 확산했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10분께 산불이 의성군 점곡면에서 인접한 안동시 길안면 현하리 야산으로 번졌다.
산청 산불은 이날 일출과 동시에 진화 헬기 36대가 투입됐고, 지상에서는 공중진화대·특수진화대, 소방·군인 등 2300여명이 불을 끄고 있다. 전체 48㎞ 화선 중 남은 불 길이는 14.5㎞다. 사흘째 불길이 이어진 의성에도 산불 특수진화대 등 인력 2600여명과 진화 장비 318대가 동원됐다. 전체 화선 125.9㎞ 가운데 아직 불길이 잡히지 않은 곳은 44.4㎞ 구간이다.
사흘째인 울산 울주군 산불에도 인력 1900여명과 소방차·헬기 등 67대의 장비가 동원됐다. 하지만 울주 화재는 밤사이 세력을 넓히면서 진화율이 전날 72%에서 이날 오전 기준 69%로 떨어졌다. 경남 김해 산불도 사흘째로 접어들며 인력 420여명, 장비 50여대를 동원됐지만 이날 오전 8시 30분 기준 진화율은 75%에 그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4명, 중상 5명, 경상 4명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경상자 수가 3명 늘었다. 주택과 창고, 사찰, 공장 등 건물 162곳이 전소되거나 일부 불에 탔다. 이재민은 2742명 발생했다. 이들 중 689명은 귀가했으나 나머지는 아직 임시 대피소 등에 머물고 있다. 산림 피해도 계속 늘어나면서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경남 김해, 충북 옥천 등 다섯 곳 산불 지역에서 산림 8732.6㏊(축구장 약 1만2230개 면적)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됐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울주군과 의성군, 경남 하동군 등 3곳을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했다.
불이 번지기 쉬운 기상 조건이 계속되면서 산림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에 이날 초속 15ｍ 안팎의 강풍이 불었다. 산지는 순간풍속이 초속 20ｍ 내외를 기록할 정도로 바람이 더 거세다. 일본 남쪽 해상에 고기압, 한반도 북쪽에 저기압이 자리해 '남고북저' 기압계가 다시 형성되면서 전날 다소 잦아들었던 바람이 더 거세지고 있다. 건조한 대기상태도 이어진다. 24일 현재 강원 동해안·남부 산지, 영남, 충북 영동·제천·단양, 전북 동부, 제주에 건조 특보가 내려져 있다. 이날 오전 중 경남 서부 남해안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나 강수량이 극히 적어 건조함을 해소하는 데는 도움 되지 않을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다.
이후 26일 중국 상하이 쪽에서 기압골이 동진해오면서 늦은 오후 제주를 시작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비는 전국으로 확대돼 대부분 지역에서 27일 오후까지, 충청·남부지방·제주에선 밤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