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우호적인 6명 확보 필요성
대통령몫 재판관 2명 퇴임 이후 대비
한 대행 재차 탄핵할지 관심 집중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기각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탄핵은 '9전 9패'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고리로 한 대행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시사하고 있다. 헌재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발표하지 않은데다 일각에서 기각 가능성까지 나오자 안정적인 탄핵 인용에 필요한 '최소 6인'의 재판관 확보를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한 총리의 탄핵 심판에서는 재판관 8명 중 기각 5명(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각하 2명(정형식·조한창), 인용 1명(정계선)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헌재 재판관들의 성향은 보통 진보 3명(정계선·문형배·이미선), 중도보수 2명(김형두·정정미), 보수 3명(김복형·정형식·조한창)으로 분류한다. 한 대행 탄핵 사건에서 이 분류대로 의견이 나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 총리 탄핵소추의 결정적 사유가 된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에 대해서는 기각 의견 5명 중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무와 국가공무원법 상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으나, 보수 성향으로 꼽히는 김복형 재판관은 "국회 몫의 재판관을 추천하는 즉시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해당 행위도 헌법·법률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 결론은 기각으로 같지만, 견해차는 하늘과 땅 차이다.
김복형 재판관은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기각한다는 의견이고, 나머지 4명은 위법하지만 탄핵에 이를 정도가 아니라는 견해다.
한 대행 사건에서 드러난 재판관들의 판단을 윤 대통령 사건에 그대로 대입하면 인용 5명(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계선), 기각이나 각하 3명(김복형·정형식·조한창)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마 후보자 임명이 시급하다.
하지만 이미 평의가 끝난 상황이어서 마 후보자를 임명한다고하여 심판에 참여할 수는 없다. 오히려 마 후보자가 임명되어 심판에 참여할 경우 새로운 논란이 발생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미뤄질 가능성조차 있다.
당장은 실익이 없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안정적인 6인을 확보해두면 향후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한 공세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당장 4월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임기 만료로 퇴임한다. 빈 자리는 차기 대통령이 채운다.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된다면 현재의 구도를 유지할 수 있지만, 반대로 정권교체에 실패할 경우 민주당에 우호적인 진보적 성향 재판관 2명을 잃게 된다. 헌재의 구도가 바뀐다는 이야기다. 그런 측면에서 마 후보자라도 재판관에 임명해두어야 안전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 노종면 원내대변인 등이 마 후보자 임명을 재촉하면서 한 대행을 향해 "탄핵"을 언급하고 있다. 오는 26일로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 결과에 따라서는 실제로 한 대행을 재차 탄핵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한 대행은 지난해 12월 재판관 후보자 3명을 모두 임명하지 않아 탄핵 당했다. 이미 탄핵을 당했던 한 대행이 민주당의 재탄핵 경고에 마 후보자를 임명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이 한 대행에 대해 재차 탄핵을 추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전혜인기자 hye@dt.co.kr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 날인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 8인이 착석해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