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투자' 관세부담 해소
삼성·SK·LG전자도 합류 전망
파업·규제시 기업 위축 불가피
삼성·SK·LG전자도 합류 전망
파업·규제시 기업 위축 불가피
![[기획] 관세·노조·정치 리스크… `탈한국` 강요받는 대기업](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2602100332091001[1].jpg "[기획] 관세·노조·정치 리스크… `탈한국` 강요받는 대기업")
탄핵 정국 장기화로 정부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기업들은 불가피하게 '거액'을 들여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폭탄에 대응하고 있다. 자칫 국내 생산공장이 다 해외로 나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관세에 파업까지…"불가피한 선택"= 재계에서는 일단 현대차그룹의 이번 투자를 두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대차·기아는 작년 미국에서 합산 170만8293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전체 자동차 판매량(723만대)의 24%에 해당하는 숫자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투자로 120만대 생산 체제가 구축되면 관세 사정권에 들어오는 분량은 51만대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유민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2024년 한국 포함 기타 거점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 기준 현대차 66만3000대, 기아 47만6000대에 부과될 우려가 있었던 약 1조5000억~1조8000억원 내외의 보편 관세 리스크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도 마찬가지다. 현대제철은 총 58억달러를 투자해 원료부터 제품까지 일관 공정을 갖춘 미국 최초의 전기로 일관 제철소를 지을 계획인데, 본격 가동하면 트럼프 2기 정부가 예고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최근 들어 더 극심해지고 있는 노조 리스크까지 더하면 현대차그룹의 해외 거점 확대에 더 큰 명분이 실린다. 당장 현대제철 당진공장 노동자들은 오는 26일 하루 총파업을 예고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해 부진한 실적에도 현대차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수차례 부분파업을 단행했고, 이에 사측은 한때 직장폐쇄를 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지금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계의 파업(잔업·특근거부 포함)에 따른 생산차질은 총 6만1398대로 집계됐다. 여기에 현대제철과 현대트랜시스 등 부품소재 계열사들의 파업에 따른 간접 영향까지 포함하면 피해는 더 커진다.
재계에서는 이 와중에 정치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생산기지 '탈한국' 움직임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거대야당은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소액주주 소송 남발을 부추기는 '상법개정안'을 일방 통과시킨 데 이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도 다시 발의했다. 이와는 반대로 반도체 업계 등 첨단 기술개발 인력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제에 예외 적용을 해달라는 기업들의 요구는 외면하고 있다.
◇삼성·SK 등 투자 확대 주목= 재계에서는 현재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제조 대기업들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미 미국 현지 반도체 생산 거점 건설에 삼성전자는 370억달러(약 54조원) 이상을, SK하이닉스는 38억7000만달러(약 5조6000억원을)를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일단 미국 투자 계획을 변함없이 그대로 추진하되 통상 정책 동향을 예의주시면서 다각도로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미국 테네시주 공장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를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미주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상회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미국이 수입산 철강에 대해 관세장벽을 높이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이 가운데 8000억원은 미국 시장 등을 겨냥한 해외 조선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경우 최근 미국 보잉의 항공기와 GE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 도입에 속도를 내기로 하고, 최근 '3사 협력 강화'에 서명했다. 먼저 대한항공과 보잉은 2033년까지 보잉 777-9 20대, 보잉 787-10 20대를 도입하고 향후 비슷한 조건으로 항공기 10대를 추가 도입하기로 했다.
또 대한항공과 GE에어로스페이스는 총 78억달러(11조4000억원) 규모의 예비 엔진 8대(옵션 엔진 2대 별도) 도입과 보잉 777-9용인 GE9X 엔진 정비 서비스 협력을 조속히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전문가들 "기업 압박 시 탈한국 불가피…위기의식 가져야"=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기업들을 압박할 경우 심각한 일자리 해외 유출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기업 경영진들이 압박감을 갖고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데, 정작 국내 환경은 아무것도 바뀐 것 없이 기업들만 압박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상속세와 증여세와 같은 세법개정을 비롯해 중대재해처벌법이나 노란봉투법의 입법 시도를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소에서 제대로 된 연구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 주 52시간제는 완전히 독소조항"이라며 "기업 운영을 도와줄 수 없는 악법부터 철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도 "대기업 입장에서는 미래 불확실성과 국내 노조 리스크를 피하고, 구조 중심을 탈피하기 위해 글로벌로 나가는 건 불가피하다"며 "국가적 차원으로는 국내 생산기지가 축소됨에 따른 고용 위축 등의 어려움이 있는 만큼, 기업이 외부로 나가지 않고도 지속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AMA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의 관세 부과 위협, 중국 브랜드들의 글로벌 침투율 확대 등 대내외적인 도전과제들로 국내 산업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급변하는 경영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글로벌 톱 10 생산국 순위에서 도태될 우려가 있기에 노사는 위기의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박정일·임주희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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