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예고한 '27일 총파업'이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미국 현지에 31조를 투자해 현지 공장을 건설하는 등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속속 나가고 있는 등 국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경제여건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투쟁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25일 민주노총은 헌법재판소가 26일까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파면선고일을 확정하지 않으면 오는 27일 총파업 하겠다는 입장이다. 헌법재판소가 이날도 탄핵심판 선고 기일을 정하지 않으면서 민주노총의 파업도 임박했다. 민주노총은 그간 윤 대통령 탄핵 소추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보조를 맞추며 윤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를 압박해왔다. 이날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트랙터와 화물차를 동원해 남태령에서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한 뒤, 서울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하는 '상경집회'를 시도했다.
노동단체가 본연의 설립 취지와는 한참 동떨어진 정치적 투쟁에 집중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현실은 노동단체가 정치투쟁에 몰두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미래 세대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천문학적인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국내 일자리가 '증발'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24일(미국 현지시간)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백악관을 방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발표 행사에서 오는 2028년까지 미국에 총 210억달러(31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계획에는 자동차 생산분야(86억달러) 외에도 부품·물류·철강 분야(61억달러), 미래 산업 및 에너지 분야(63억달러)가 포함됐다. 단순히 국내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연관된 산업도 모두 미국으로 움직이는 상황이다.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쉬는 청년이 늘어나는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15세부터 29세까지 청년 중 일을 하지 않는 '청년 백수'는 지난달 120만명으로 조사됐다. 신입을 뽑지 않는 문화에 좋은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면서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
이같은 정치투쟁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조합원 찬반 투표와 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치지 않고 파업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목적뿐 아니라 절차적으로도 위법한 파업"이라며 "경영계는 반복되는 민주노총의 불법 파업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낸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파업은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우려가 큰 만큼 지금이라도 총파업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경총은 "정부는 불법 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고, 기업들도 불법에 상응하는 민·형사상 책임, 사규에 따른 징계 책임을 엄중히 물어 산업 현장에 불법이 반복·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15일 서울 남대문로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