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선고 기일을 잡지 못하며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선고가 3월말이나 4월초로 넘어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관 8명은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을 마친 뒤 한달째 선고 기일을 잡지 못하고 있다. 재판관들은 거의 매일 평의(재판관 회의)를 열어 사건을 검토하고, 주말엔 자택에서 기록을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은 접수(지난해 12월14일) 이후 만 100일을 넘겼다. 최종변론부터 선고일까지 기준으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14일의 두 배, 2017년 박근혜 대통령 11일의 세 배에 달하는 시간이 경고됐다.
노·박 전 대통령 선고가 금요일에 이뤄졌던 만큼 헌재가 주중인 28일에 선고를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27일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 등 일반 사건 정기 선고가 있고, 헌재가 선고기일을 2~3일 연속으로 지정한 사례가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주 선고는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26일까지 선고기일 통지가 없다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은 4월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도 변수다.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은 마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5명은 한 권한대행이 국회 선출 재판관 3명을 임명 보류한 것은 위헌·위법이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를 근거로 더불어민주당은 조속한 임명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 기간 정계선·조한창 재판관을 임명했지만 마 후보자를 계속 보류했고, 지난달 말 헌재는 이를 국회 권한 침해라고 결론냈다. 직무정지 87일 만에 복귀한 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을 언제까지 미룰지 여부도 관심사다.
만약 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대통령 탄핵사건 평의·평결 참여 여부가 쟁점화할 수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 선고가 더 미뤄질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인 4월18일까지 선고가 늦춰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한편 민주당 지도부에선 윤 대통령 선고기일 지연에 노골적 불만을 제기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24일 SNS를 통해 "아무리 늦어도 3월14일 이전엔 윤석열 파면선고가 나리라 확신했었다"며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헌재 재판관들이 지난 3월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