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TV를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신화의 주역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별세했다. 한 부회장은 지난 1988년 삼성전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부회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재계에서는 그를 자수성가형 샐러리맨의 상징적 인물로 꼽았다.
한 부회장은 1962년생으로 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1988년 삼성 TV 개발 부서로 입사했다. 그는 삼성전자 영상사업부 제품개발그룹, 디지털그룹, VD사업부 직시형 TV랩장, VD사업부 LCD TV랩장, VD사업부 개발3랩장, VD사업부 개발2그룹장, VD사업부 상품개발팀장 등을 거친 후 2013년 VD사업부 개발팀장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부터 작년까지 19년 연속으로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이어오고 있다. 한 부회장은 2017년 11년 연속으로 글로벌 TV 1위 자리를 수성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11월 삼성전자 VD사업부장(사장)에 올랐다. 이후 2021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TV 시장 1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여러 난관을 극복해 '코뿔소'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는 삼성전자의 브라운관 TV부터 액정표시장치(LCD) TV, 3D TV,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QLED TV에 이르기까지 삼성의 모든 TV 제품 개발을 이끌었다.
한 부회장은 대표이사 외에도 모바일·가전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생활가전(DA)사업부장, 품질혁신위원장 등 삼성전자 내에서만 4개의 직책을 맡았다. 동시에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장을 연임하는 등 국내 전자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는 신설된 품질혁신위원회도 맡아 전사 차원의 품질 역량에도 힘썼다.
한 부회장은 그간 삼성전자가 처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대내외 여러 활동을 벌여왔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인 독일 IFA, 올해 초에는 글로벌 IT 전시회인 미국 CES(소비자가전쇼)에 참여했다.
지난 19일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의장으로 회의를 이끌었다. 그는 26일로 예정된 삼성 가전 최대 행사 '웰컴 투 비스포크 AI'의 기조연설도 맡기로 예정돼 있었다.
한 부회장은 정기주주총회에서 삼성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초격차 기술 리더십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인공지능(AI) 성장이 만들어가는 미래에 새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며 "또 올해 유의미한 M&A(인수합병)를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 부회장은 어려운 대외환경 속 세트부문장과 사업부문장 등을 겸임하며 해외 미팅 등 바쁜 경영 일정을 소화해 왔다"며 "지난 37년간 회사에 헌신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한 부회장 유가족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이 회장은 현재 중국 출장 중으로, 미리 잡힌 일정들을 소화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직접 조문하지 못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와 애도의 마음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주완 LG전자 대표도 이날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주총을 마친 후 "(한 부회장은)한국의 전자 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다"며 "지난 37년간 회사의 발전을 위해 누구보다도 많은 기여를 하신 분"이라고 애도를 표했다.
한편 한 부회장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실이며 발인은 27일, 장지는 시안가족추모공원이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9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를 통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