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에서 "정부가 일률적으로 은행들에게 다주택자, 갭투자 신규대출을 막아라는 가이드라인은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가계대출 정책을 오락가락으로 느끼는 것은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고도 전했다. 각 은행별 상황에 따라 가계대출 제한을 자율적으로 지정했기에 헷갈릴 수 밖에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향후 상황에 따라 은행들의 대출 규제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24일부터 서울시가 예고도 없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을 확대 지정함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서울지역과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 연초 김 위원장이 "금리를 내릴 때가 됐다"고 발언했다가 집값이 들썩이자 은행들에게 다시 가계대출을 조여라고 하면서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선 대출 및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주택구입시 가계대출을 지분형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집값은 계속 오르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은 점진적으로 강화해나가게 되면 결국 현금을 많이 보유하지 못한 분들은 집을 구매하기에 점점 더 제약이 되는 상황이 될 것이다. 대출을 일으키는 것은 거시건전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지분형 주택금융은 정책금융기관인 주택금융공사가 주택 매입시 지분투자자로 참여해 주택 매입자의 부채 부담을 줄여주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관계부처 간 협의와 시범사업을 거쳐 진행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토허제 번복이 가계대출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금융위는 시중은행 부·팀장급이 참여하는 실무자급 회의를 통해서도 가계대출 동향을 점검했다. 시중은행권에 투기적 대출에 활용될 수 있는 요소들을 차단해 줄 것도 당부했다.
시중은행들은 이번주부터 다주택자, 갭투자자들의 신규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오는 27일부터 다주택자의 서울 주택 구매 목적 주담대를 신규 취급하지 않는다. 지난달 21일 수도권 유주택자 대출 제한을 해제했던 우리은행도 오는 28일부터 유주택자들의 강남·서초·송파·용산 소재 주택 구매 목적 신규 주담대를 중단한다. 지난 1월2일 조건부 전세대출을 재개했던 NH농협은행도 지난 21일부터 서울 지역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한 상태다. KB국민·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다주택자 신규 주담대와 조건부 전세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
다행히 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달보다 줄었다.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0일까지 가계대출 잔액은 738조2833억원으로 2월말 736조7519억원보다 1조5314억원 늘었다. 이는 2월 증가폭인 3조931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가계대출 상황을 모니터링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울지역 부동산 현황을 지속적으로 살피면서 은행들과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예대금리차가 계속해서 벌어지는 것에 대해 그는 "최근 상황을 수치로 확인하며 점검해보겠다"며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면서 잔액 기준으로 예대마진은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대출금리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기준금리가 인하한 후 예금금리가 빠르게 오른 경향이 있기에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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