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친 적 없다'는 '김문기 모른다'는 취지
'협박 받았다' 발언 '허위로 보기 어렵다' 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관련 항소심 재판의 핵심 쟁점은 1심 재판에서 유죄가 된 내용을 2심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지 여부였다.
지난해 11월 15일 1심 재판부가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이라는 무거운 형을 선고했기 때문에, 2심 재판부가 사실관계에서 비슷한 판단을 내린다면 이 대표의 대권가도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선거 범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잃고 향후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고, 징역형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인 경우엔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대선 출마 길이 막힌다.
1심에서 유죄가 된 부분은 이 대표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과 '골프를 친 적이 없다'는 발언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의 용도 변경은 국토교통부의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는 발언이다.
2심 재판부는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서 마치 제가 (김문기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조작된 것'이라고 발언한 것에 주목하면서 "해당 발언은 '김문기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이고, 아무리 확장해석해도 '골프를 같이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 대표가 호주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찍은 사진에 대해서도 '사진이 조작됐다'는 이 대표의 주장을 원본이 아니라는 이유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본은 10명이 한꺼번에 포즈를 잡고 찍은 것이므로 골프를 쳤다는 증거를 뒷받침할 자료로 볼 수 없고, 원본 일부를 떼어 낸 거라 조작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가 사진의 일부를 떼어낸 것을 '조작된 것'이라고 한 데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이 공개한 사진은 언뜻 봐도 사진의 일부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재판부는 국토부의 협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백현동 부지의 용도지역을 변경했다는 이 대표 측 주장에 대해서도 협박을 받았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공기관 용도 변경과 관련해 다각도로 압박받는 상황을 인정할 수 있다"며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협박도 받았다'는 발언은 당시 상당한 압박감을 과장한 표현일 수는 있지만 허위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1·2심 재판과정에서 국토부와 성남시 전·현직 공무원 20여 명이 출석해 "협박은 없었다"고 증언한 부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이 대표가 육성으로 발언한 "협박"의 진위를 판단하지 않은 셈이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률 적용에 잘못이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법률심으로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는다. 사실상 2심 무죄 판결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설령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뒤집혀 파기환송되더라도 재차 서울고법과 대법원 판단 과정을 거쳐야 해서 최종적으로 판결이 확정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