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가장 치명적인 사법리스크를 넘어섰다. 아직 남아 있는 '사법리스크'도 있지만 이 대표의 대권 가도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다.
이 대표는 현재 총 8개 사건으로 기소돼 5개의 재판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날 2심서 무죄를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중이다. 그 뒤로 위증교사 의혹 재판,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및 성남FC후원금 의혹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병합 재판, 대북송금 의혹 재판,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재판이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위증교사 의혹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후 현재 서울고법 형사3부가 2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다음달 1일 2차 공판준비기일이 예정돼 있다.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는 아직 한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 4건의 사건을 병합 심리 중이다. 재판부는 11개월에 걸친 위례신도시 개발비리 심리 후 지난해 10월부터는 대장동 사건 심리에 착수했는데, 지난달에는 정기인사가 나며 재판부가 교체돼 공판 갱신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사안이 복잡하고 내용이 방대해 1심이 마무리될 때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원지법에서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가 심리하는 대북 송금 사건은 세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으나 이 대표 측이 법관 기피신청을 제출하면서 절차가 중단된 지 3개월째로, 정기 인사로 교체된 새 재판부가 다음달 다시 재판을 열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형사11부가 진행하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은 다음달 8일에야 첫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된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해 파면한다면 60일 내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된다. 이날 무죄가 선고된 공직선거법 외에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대법원 판결까지 이를 재판이 없다는 의미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역시 최종심에서 2심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가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대부분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대법원에서 결과가 뒤집혀 파기환송이 되더라도 다시 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으로 올라오는 절차를 밟는 만큼 대선 과정의 '시간싸움'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조기대선을 거쳐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그의 남은 재판들도 사실상 멈추게 될 가능성이 크다. 헌법 제84조의 대통령 불소추특권에 대한 조항은 대통령이 재직 중 형사 소추를 받지 않을 것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이 되기 전 기소돼 받고 있던 재판에 대해서는 어느 법에서도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진행 중인 재판이 불소추특권에 포함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대통령 당선인의 지위를 헌법재판소가 아닌 사법부가 당선 무효형으로 파면시키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는 이와 같은 의문에 대해 지난달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형사재판은) 정지된다는 게 다수설"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