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무죄 소식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대법원에서 신속하게 6·3·3 원칙(1심 6개월·2심 3개월·3심 3개월)에 따라서 재판을 진행해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아직 판결문을 다 본 건 아니지만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법원에서 바로 잡힐 수 있다고 보고 잡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이날 대전에서 열린 기초과학발전과 이공계 재도약을 위한 현장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1심에서 유죄가 나온 사안을 갖고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는데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특히 허위사실 공표로 수많은 정치인들이 정치생명을 잃었는데 어떻게 이 대표는 같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선고할 수 있는지 제가 법조인 입장에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권 원내대표는 현장 일정을 소화하던 중 실무자로부터 이 대표 선고 결과를 보고받고 "참"이라며 황당하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초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1심에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받았던 만큼 2심에서도 최소한 피선거권 박탈형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당선무효형이 유지될 경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면서 불리한 정치 지형을 반전시킬 계획이었으나 예상 밖 판결에 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일단 국민의힘은 항소심 결과에 문제점이 있다는 여론전을 펼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기각·각하론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복귀하고 헌법재판소의 선고기일 지정이 늦춰지면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기각·각하에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동시에 민생 행보에도 주력한다. 국민의힘은 이날 전국 각지에서 산불 피해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에 집중하자고 민주당에 호소했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이어오던 윤 대통령 탄핵 기각·촉구 릴레이 1인 시위를 잠정 중단하고 당 차원의 산불재난대응특별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했다. 권 위원장은 대형 산불 피해 복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자며 '국가재난극복 여야정 협의'를 제안했다.
권 위원장은 이날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이 대표의 출마가 부적절하다고 부각할 명분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물음에 "조기 대선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얘기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무죄 판결이 판결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별개의 사안이기에 영향이 없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무죄 선고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