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영업과 보험사기 가담 등으로 제재를 받아도 자유로웠던 보험 설계사들의 이직이 까다로워진다. 금융당국이 건전한 보험 모집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설계사 위촉을 엄격하게 관리하도록 했다.
보험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들이 영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설계사들을 무분별하게 늘렸던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다음 달 보험 설계사 위촉과 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가이드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제재 이력 설계사가 타사로 이동해 유사한 위규 행위를 반복하는 악순환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험사 및 GA는 이(e)-클린보험서비스 등을 통해 위촉 대상자의 보험업법 위반 이력과 보험사기 관련 징계 이력, 영업 건전성 등을 충실히 반영해 심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한 사유가 위촉 이후에 확인되거나 사후에 발생하면 해촉 필요성도 고려해야 한다.
과거 제재 이력 등이 확인됐음에도 해당 설계사를 위촉하려면 내부통제 담당 임원이 직접 특별승인하거나 그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경영진과 이사회에 보고하는 등 관련 절차도 강화한다.
또 위촉한 이후에 계약에 대한 적부심사를 강화하는 등 별도의 사후 관리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경영진과 이사회의 책임성을 강화하며 설계사 위촉 절차와 피해 예방 방안 등을 관리하도록 했다.
보험사와 GA에 속한 설계사들은 5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GA 소속 설계사 수는 28만8000명, 전속 설계사 수는 18만7000명이다. GA 설계사는 제판분리 등에 따른 대형화 추세로 전속 설계사보다 10만명 넘게 많았다.
최근 과당경쟁 속 설계사 위촉 시 제재 이력이나 문제 발생 이력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서 타사로 이동해 유사한 위규 행위를 반복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특히 GA에서 부실한 내부통제로 인한 불건전 영업 행위가 지속하고 있다. 경영인정기보험 불완전판매와 유사수신 행위에 연루된 설계사들이 다수 적발됐다. 유사수신 연루 의혹 설계사들은 소속된 회사에서 혐의점이 적발되자 다른 회사로 이동하기도 했다.
가령 대부업체인 피에스(PS)파이낸셜의 유사수신에 연루된 GA사 피에스파인서비스 소속 설계사 421명은 해당 의혹이 들어나자 대거 이탈했다.
유사수신 상품을 직접 판매한 50여명은 다른 회사로 또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로커 등이 개입한 조직적 사기 범죄에 가담한 설계사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적발된 설계사는 1년 전보다 235명(13.2%) 늘어난 2017명으로 집계됐다.
문제 발생 소지가 있는 설계사들이 늘고 있지만, 이직의 어려움이 없었다. 금감원이 지난해 말 기준 105개사(대형 GA 73개사·전속 설계사를 둔 32개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이 중 32개사만 제재 이력이 있는 설계사를 위촉하지 않았다.
제재 이력이 있음에도 대표이사와 본부장 등의 특별승인을 거쳐 위촉하는 회사는 43개사에 달했다. 사후 관리도 미흡했다. 제재이력 설계사를 위촉한 71개사 중 2개사만 별도의 사후 관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금감원은 "설계사 위촉 시 중요사항과 관련 절차 등이 포함된 설계사 위촉 절차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내규화할 방침"이라며 "이번 실태조사에서 미진한 사항을 반영해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겠다"고 했다.임성원기자 sone@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