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폐지된 ETN은 총 31종목으로 전년(13종목) 대비 138.46% 늘어났다. 같은 기간 상장폐지를 예고한 ETN은 총 25종목이며 이 역시 전년 대비 150% 늘었다.
올해 남은 기간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말까지 상장폐지되는 ETN 수는 전년보다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상장폐지된 ETN은 총 45종목에 그쳤다.
ETN은 기초지수 일일 수익률을 추종하도록 증권사가 자기 신용을 담보로 발행하는 파생결합증권이다. 일반적인 ETF와 달리 만기가 있어 투자자는 중도 매매로 차익을 실현하거나 만기까지 기다려 최종거래일 지표가치(VI)만큼 증권사로부터 받게 된다.
만기일이 도래한 10종목을 제외하면 21종목이 발행사인 증권사에 의해 상장폐지됐다. 올해 ETN을 가장 많이 상장폐지한 증권사는 메리츠증권으로, 21개 종목 중 10종목을 상장폐지시켰다. 대부분이 국채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인버스 ETN이었다. 메리츠증권은 "거래량이 부족한 상품들을 위주로 상장폐지를 결정했고 ETN 라인업 간소화 차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한때 국내 증시를 주도한 테마로 눈길을 끌었던 ETN도 종적을 감추게 됐다. 삼성증권의 '삼성 레버리지 KRX 2차전지 K-뉴딜 ETN'은 조기청산 사유가 발생해 상장폐지됐다. ETN은 실시간지표가치가 1000원 미만이면 조기청산사유가 발생, 상장폐지된다.
NH투자증권도 'N2 iSelect-WG 그린에너지 ESG ETN', 'N2 iSelect 배터리 재활용 Top10 ETN' 등을 상폐시켰다. 'N2 iSelect-WG 그린에너지 ESG ETN'는 ESG 경영의 일환으로 지난 2022년 출시했으나, 만기 예정일이었던 2027년을 채우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N2 iSelect 배터리 재활용 Top10 ETN' 또한 오는 2026년 6월이 만기였지만, 조기 상폐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에서 발행하는 ETN 대부분이 주식형 상품"이라며 "비슷한 테마라면 투자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이 집중될 수밖에 없고, 거래량이 없는 ETN은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S&P500 버퍼 10% 3월·6월·9월·12월' 등 4종을 오는 4월 24일 상장폐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1년 10월 국내 처음 등장한 버퍼형 ETN이었지만,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만기일은 2026년이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투자자들의 미국주식 직접투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시장에 방어적인 ETN 상품에 대한 관심이 낮아져 조기청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버퍼형은 기초지수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막아주는 대신 이익도 제한돼 투자자들이 외면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ETN이 증권사별로 발행할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어 시장의 외면을 받는 상품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비인기 상품은 빠르게 청산하고 투자 트렌드에 맞는 새 ETN을 출시하는 게 유리하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ETN은 상장폐지시 투자자들에게 지표 가치만큼의 금액을 돌려주기 때문에 투자자가 손해를 보는 구조는 아니"라며 "장기 투자를 원한다면 거래량이 많은 종목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