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극심한 화폐 신권 부족에 고통받는 가자 주민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2802102269061001[1].jpg "[외신사진 속 이슈人] 극심한 화폐 신권 부족에 고통받는 가자 주민들")
이스라엘의 봉쇄와 공격이 재개되면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미 삶의 질은 바닥을 찍은 지 오래입니다. 최근에는 극심한 현금 부족으로 인해 찢어진 지폐를 붙이고, 동전을 수선하면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선 '실물' 현금 부족이 극심해 사람들이 찢어진 헌 지폐를 접착제로 붙이거나 낡은 동전을 수선해서 쓰고 있습니다. 생필품 상인들이나 환전상들이 낡은 지폐나 동전은 안 받으려고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돈을 스스로 '수선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 것이죠.
아부 모하메드는 낡고 지저분해진 지폐는 표백제인 염소 용액에 담갔다가 물로 씻은 후 건조시키고, 녹이 심하게 슨 동전은 질산을 살짝 묻혀 닦아낸다고 FT에 설명했습니다. 찢어진 지폐는 바늘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편 후 투명한 접착제를 발라서 붙이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폐가 풀로 붙여진 걸 보면 상인들이 안 받겠다고 한다"며 "나는 마법 풀을 갖고 있다. (내가 이 풀로 붙인 지폐를 당신이 보면) '풀로 붙인 게 아니네'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현금 부족 현상은 가자지구를 점령한 이스라엘이 봉쇄조치의 일환으로 현금 신권 반입을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작년 9월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8월 가자지구 내 은행 지점들이 모두 폐쇄됐고, 전쟁 발발 전에 91개 있던 현금인출기(ATM)도 대부분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작년 말에는 마지막으로 가동중이던 ATM에서도 현금이 바닥났습니다.
전쟁에 따른 혼란 와중에 가자지구 내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던 2억9000만 달러(약 4250억원)의 예금 잔고 중 1억8000만 달러(약 2640억원)가 도난당했습니다. 현금 실물 부족 탓에 계좌로 입금받은 돈을 현금으로 바꿔 주는 암시장 브로커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고율의 출금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작년 10월 중국 신화통신의 가자지구 현장 르포 기사에는 암시장의 출금 수수료율이 20%로 나왔습니다. FT에 따르면 하마스 당국은 수수료율이 너무 높다며 올해 2∼3월 휴전 기간 동안에는 이를 5%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단속을 벌인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습니다. 이달 들어 휴전이 끝나고 이스라엘의 공격이 다시 시작되면서 수수료율은 15%에서 갑절인 30%로 치솟았습니다.
집이 베이트 라히야에 있다는 모하메드 아티예(44)는 일단 2500 셰켈(약 100만원)을 다른 지역에 있는 환전상에게 계좌로 송금해 준 후 자전거를 타고 환전상에게 가서 현금으로 1750 셰켈(약 70만원)을 받기로 했다고 FT에 말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소개령을 내려서 자녀 6명과 함께 집을 떠나야만 하며, 짐을 옮기기 위해 당나귀가 끄는 수레를 빌리는 데에만 200 셰켈(약 8만원)이 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현금 출금 수수료에 대해 "안 낼 도리가 없다"며 "떠돌이 생활에는 돈이 많이 든다. 현금을 반드시 지니고 다녀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가자지구 주민들이 찢어진 지폐와 손상된 동전을 수선하며 사용하는 현실은 그만큼 그들의 경제적 상황이 처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입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의 지원과 관심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가끔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 곧 잊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괴된 인프라와 의료 시설, 부족한 식량 공급, 게다가 현금 부족까지 겹치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의 삶은 말 그대로 지옥과도 같습니다. 국제사회는 더 이상 이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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