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바이오 기업이자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가 최대주주로 있는 세레신이 글로벌 금융기업 출신인 한국인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했다. 내년 국내 상장을 추진하는 세레신은 이 외에도 다수 한국인을 이사진에 포함시키며 삼성, LG 등이 미래 신사업으로 점찍은 바이오 시장에서 한국을 주 무대로 '먹는 알츠하이머(치매)' 신약 개발에 성공한다는 목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세레신은 내달 1일부터 김형찬 CFO가 이사진에 합류한다. 김 CFO는 도이치뱅크, 블룸버그, HP 등을 거쳐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반 바이오테크 기업인 온코크로스에서 CFO 겸 이사회 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또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 레이팅스에서 비즈니스 관계 디렉터를 역임하며, 한국 법인의 연평균 매출을 15% 성장시킨 경험이 있다.
이 외에도 홍콩을 거점으로 신한아시아, 한국외환은행에서 부사장을 역임하는 등 국내외 금융권에서 폭넓은 전문성을 쌓았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헬스케어 AI 과정도 이수해 바이오 산업에 대한 이해도도 충분히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세레신은 이번 김 CFO의 선임으로 총 9명의 이사진을 꾸리게 됐으며, 이 중 한국인은 김 CFO를 포함해 4명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세계 최대의 의료 인증기관인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매니징 디렉터 겸 법인 대표인 윤준오 비상임이사, 두산밥캣에서 전략프로그램 수석부사장·CFO를 지냈고 현재 한동대 회계학 교수로 재직 중인 장근배 비상임이사, 감염 예방·바이오수술 기업인 '수술 솔루션'(Surgical Solutions)에서 부사장 겸 글로벌 총괄 매니저로 재직 중인 하마리 비상임이사가 이에 해당된다.
이는 내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 시장에 신뢰도를 높이면서 전문성을 더하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세레신은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물질 '트리카프릴린(CER-0001)'의 임상 3상을 앞두고 있다.
기존 주사제형이 아닌 먹는 형태라는 점에서 부담이 낮다는 차별화가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세레신은 한국을 아시아 임상실험의 네트워크로 활용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세레신은 싱가포르 본사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 호주, 한국에 거점으로 두고 있는데, 오는 4분기부터는 주요 대학 병원들과 임상 3상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세레신은 내년 상장한 뒤 2029년 신약을 출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회사는 싱가포르, 미국(나스닥)을 제치고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한국 바이오 시장의 성장성과 잠재력, 그리고 투자자들이 그만큼 풍부하다 점 등을 꼽았다고 설명했다. 상장 후에도 네슬레의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시장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작년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는 등 그룹 미래 산업으로 우뚝 섰고,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미래 사업으로 제시한 ABC(AI·바이오·클린테크) 중 바이오를 한 축으로 삼았다. SK그룹의 경우 SK㈜(신약)와 중간 지주사 격인 SK디스커버리(백신) 계열로 구분해 바이오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세레신은 2001년 설립됐으며 현재 지분 57%가량으로 최대주주인 네슬레가 2004년 첫 투자했다. 이전까지는 메디컬 푸드 시장에서 역할을 해왔지만 바이오 시장이 커지면서 이 노하우를 기반으로 영역을 확장하기로 했다. 한국에는 2022년 10월에 연락사무소 개소로 첫 진출했으며 이와 맞물려 2021년 9월, 2022년 8월 두 차례 걸쳐 SK, 하나금융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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