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한덕수 탄핵 의결정족수 잘못”… 민주, 尹정권 내 탄핵발의만 30건
타협없이 “법대로 하자” 되풀이… 정치 사법화에 “법원 외주 멈춰야” 비판
타협없이 “법대로 하자” 되풀이… 정치 사법화에 “법원 외주 멈춰야” 비판
![[人사이더] 모든 답 나오는 마‘법봉’?… 헌재 판결에도 여야 ‘아전인수’ 반복](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3002109954060002[1].jpg "[人사이더] 모든 답 나오는 마‘법봉’?… 헌재 판결에도 여야 ‘아전인수’ 반복")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넉 달 가까이 흐르는 동안 여야 정치권의 시선은 온통 사법부로 쏠렸습니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윤석열 대통령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운명 등 민감한 정치적 쟁점들이 법관의 '법봉'에 맡겨지면서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정치권 내부에서 갈등이 조율·합의되지 못한 채 사법부로 전이되는 '정치의 사법화', 사법부가 정치의 진영 논리를 좇아 판결한다는 의심을 받는 '사법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은 그동안 선거 국면과 대치 정국을 거듭하면서 상대방을 향한 고소·고발과 사법부의 판결을 공세 도구로 활용하는 경향이 심해졌습니다.
정치의 사법화는 새삼스러운 현상이 아니지만, 사법부의 판단을 빌어 반대 진영에 대한 '단죄'를 객관화한다는 편의주의적 행태는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확산했습니다.
윤 대통령 체포·구속영장 발부와 이어진 구속 취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 심판,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선고 등 탄핵 정국의 고비마다 사법부는 정치 지형에 막대한 영향을 줬습니다.
이 와중에 여야는 사법부를 향한 '호소'와 '압박'만 반복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주도한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에 대해 총리 기준(151석)으로 탄핵 의결정족수를 적용한 것이 문제라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민주당은 비상계엄 이후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의 탄핵안을 단독 처리해 헌재로 넘겼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민주당이 발의한 탄핵안은 30건에 달합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1월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데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헌재에 청구했고, 28일에는 한 권한대행의 마 후보자 미임명을 이유로 재차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습니다.
국힘 "한덕수 탄핵 의결정족수 잘못"… 민주, 尹정권 내 탄핵발의만 30건
타협없이 "법대로 하자" 되풀이… 정치 사법화에 "법원 외주 멈춰야" 비판
![[人사이더] 모든 답 나오는 마‘법봉’?… 헌재 판결에도 여야 ‘아전인수’ 반복](http://contents.dt.co.kr/images/202503/2025033002109954060002[2].jpg "[人사이더] 모든 답 나오는 마‘법봉’?… 헌재 판결에도 여야 ‘아전인수’ 반복")
여야는 대화와 타협을 제쳐둔 채 저마다 '법대로 하자'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판결 결과가 나오면 승복하지 않고 '아전인수' 격으로 받아들이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서울서부지법의 윤 대통령 체포·구속영장 발부를 두고 여당은 부당하다고, 야당은 정당하다고 주장했고, 서울중앙지법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두고 여야는 입장을 맞바꿨습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1심의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와 2심의 무죄 선고를 두고 여야는 각각 '사필귀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습니다.
여야가 진영논리로 판결을 해석해 여론전을 펼치면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도 덩달아 커지는 형국이입니다.
헌재가 앞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 소추에 대해 재판관 4인은 기각, 4인은 인용 의견을 낸 것도 사법의 정치화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한 국회의원은 3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민이 헌법재판관 이름에 성향이 보수인지 진보인지를 알고 있는 상황 자체가 우려된다"며 "재판관들이 진영 논리에 따라 헌법재판을 하니 국민까지 재판관 성향을 파악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치의 사법화 현상을 우려하면서 정치권이 대화와 타협을 통한 갈등 해결이라는 정치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정치가 갈등을 풀지 못하고 법원에 외주를 주고 있다"며 "갈등 해결이 정치의 근본 역할인데,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법적 시비를 가리자며 법원에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교수는 "법적 영역은 정답과 오답이 명확한 곳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면서 "정치는 기본적으로 법적 영역이 아닌 전통이나 관행 위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상돈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정치권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갈등 조정 기능을 상실하고 경찰, 검찰, 사법부에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며 "모든 문제가 사법화됐다"고 우려했습니다. 유은규기자 ekyo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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